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방역조치로 코로나19 대확산을 차단하면 성장률이 -1.2%로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2.5%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률도 대폭 낮추며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일 OECD는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월에 제시한 2.0%에서 3.2%포인트 하향 조정한 -1.2%로 예측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과 똑같은 수준이다. 다만 OECD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올해 말(4·4분기) 재확산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로 발표했다. 즉 10~11월께 재확산돼 방역조치를 재개하면 -2.5%까지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내년은 시나리오별로 3.1%, 1.4%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0.1%로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정부를 제외하면 대다수 기관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도 대폭 낮췄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8.4%포인트 떨어뜨린 -6.0%, 재확산할 경우 -7.6%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올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3.0%를 제시한 IMF보다 더 부정적이다. OECD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로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며 “두 시나리오 모두 2·4분기의 저점 이후 오는 2021년까지 완만하게 회복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주요 하방 리스크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 기업 도산 및 금융불안, 신흥개도국 부채 및 외환 취약성, 글로벌 교역 위축 등을 제시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처럼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악화하는 점이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OECD는 기존에 3.4% 늘어날 것으로 봤던 한국의 수출증감률을 -2.6%, 재확산 시 -4.5%까지 위축된다고 예측했다. 이미 4월과 5월 20%대 감소했던 수출은 주요 국가의 봉쇄조치(록다운)와 함께 교역감소가 더 이어질 경우 회복이 쉽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 성장률이 1·4분기 -1.3%에 이어 2·4분기에는 -2%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과 함께 3·4분기 이후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낙관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거 전염병 사례를 봤을 때 두 분기 정도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에 정부가 3·4분기 반등을 기대하는 것 같지만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빠 당분간은 경제악화 상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을 효율적 방역조치 등으로 올해 성장률 하락이 소폭에 그치며 주목할 만한 특이국가(notable outlier)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소득감소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실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추가 소득지원은 분배개선과 경제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저소득층 중심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연중 코로나19 재확산 시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위축과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디지털·그린 프로젝트 중심의 한국판 뉴딜이 투자·고용의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연장하는 한편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도 했다.
OECD는 미국에 대해서는 -7.3%, 연말 2차 감염 확산 시 -8.5%로 제시했다. 시나리오별로 중국은 -2.6~-3.7%, 일본은 -6.0~-7.3%로 내다봤다.
한편 IMF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로 각각 -1.2%와 -0.2%를 전망하고 있다. /세종=황정원·한재영·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