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장병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검사 결과에도 소속 부대에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 대법원은 국가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해군 부사관 고(故) 최모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원심은 최씨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씨는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지난 2013년 5월 부대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복무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자대에 배치되기 전인 2012년 해군 기초군사교육단에서 받은 인성검사 결과 군대 부적응이 예상되고 자살이 예측되는 보호 관심 대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담당 소대장은 형식적 면담만 하고 교관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부대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최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면담 결과 고위험 자살 요인을 발견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볼 정도의 과실’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최씨가 부대 전입 후에도 한 달 간격으로 면담했고 특별한 고민을 토로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인성검사에서 ‘자살 예측’과 함께 ‘적극적인 관심이나 도움으로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부대가 신상 관리에 이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자살우려자로 식별됐다면 책임자가 부대관리 훈령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군의관 등의 진단을 받게 하고 외래치료나 전문가 상담을 받게 해야 했다”며 “이는 후속 조치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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