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생산과 교역 위축 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한은은 11일 국회에 제출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수입수요는 예상보다 강력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한 공급 차질 영향으로 우리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와 교역이 확대된 중국과 아세안(ASEAN) 5개국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혼재돼 있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제한 조치로 반도체 수요 비중이 큰 휴대폰·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회복시기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봤다. 전방산업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고정가격이 하락할 경우 경기 회복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유가도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수요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저유가가 지속되면 산유국 경기부진, 선박·기계·철강 등 관련 업종 악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수출의 하방 리스크를 높일 것으로예상했다.
한은은 코로나19가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수요 측에서 물가압력이 약화됐고, 국제유가 하락도 물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물가에 대한 실제 영향은 코로나 확산 시기와 강도, 봉쇄조치 강도 등으로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 전면 봉쇄조치가 시행되지 않아 생필품가격 상승이 미미했지만, 고교무상교육 확대나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추가적인 물가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수 있지만, 코로나19 전개 양상이나 국제유가 추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기업 유동성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여건이 직접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악화됐는데, 이를 간접금융시장이 일부 보완했다는 평가다. 특히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강조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기업 부담이 크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기업실적 부진이 심화되면 조달여건이 재차 악화될 수 있다”며 “회사채 등 신용증권 발행 상황, 기업 유동성사정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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