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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국회 50.3%에 거는 기대

정치부 임지훈 차장





지금의 국회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법사위원장 정국’이다. ‘민심을 잘 받들겠다’며 야심 차게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11일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을 어느 당 의원이 맡을지를 놓고 ‘싸움’만 하고 있다.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민심을 반영한 민생법안과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은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에서 다뤄지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솔직히 상당수 국민은 누가 법사위원장직을 맡든 큰 관심 없다. 법사위원장이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태반이다.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꼭 이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서로 평행선을 달렸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가 이어지면서 오랜 기간 민생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법 등 일부 법안의 경우 결국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통과되지 못했다. 사실 적지 않은 국민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도 여야는 패스트트랙 처리와 저지에 각각 ‘올인’했다.



더 큰 문제는 법사위원장의 당적이 최종 결정되더라도 상당 시간 대치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시한을 12일로 못 박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이 통합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법사위원장직을 맡는다 치자. 통합당이 법안 처리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민주당이 수의 우위를 기반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에도 파열음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합당이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원장직을 맡는다손 쳐도 갈등을 빚을 여지는 적지 않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 양당의 충돌은 명약관화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협상에 성공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21대 국회의 50.3%(151명)를 차지하고 있는 초선 의원 사이에서 인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초선 의원은 “그게 뭐라고. 그만 좀 대립했으면 좋겠다”며 “국민은 정책에 관심이 있지, 법사위원장이 누군지는 신경도 안 쓴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법사위원장 자리, 차라리 내줬으면 한다”며 “법사위원장이 우리 당인데 우리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절반이 반대할 수 있겠지만 법사위원장이 다른 당인데 우리 법안이 처리되면 국민 전체가 찬성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펼쳤으면 보수가 이렇게까지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선 의원이 ‘정책 대결을 하는 국회’ ‘반대하는 국민도 힘껏 설득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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