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돌아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9~2020시즌 재개 첫 대회인 찰스슈와브 챌린지 1라운드가 진행 중이던 현지시각 오전8시46분에 신호음이 울리자 선수들은 경기를 멈추고 일제히 묵념을 했다. 지난달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도하는 시간이었다. 8시46분으로 정한 것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 부위를 눌렸던 시간이 8분46초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단연 눈에 띈 선수는 해롤드 바너 3세(28·미국)였다. PGA 투어의 몇 안 되는 흑인 선수인 바너 3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 골프클럽(파70·7,209야드)에서 열린 찰스슈와브 챌린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냈다. 7언더파 63타를 기록한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함께 첫날 공동 선두에 나섰다.
2부 투어를 거쳐 2016년 PGA 정규 투어에 데뷔한 바너 3세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세계랭킹 124위로 지난해 노던 트러스트 대회 공동 3위가 개인 최고 성적인 그는 이날 결연한 의지로 버디 사냥을 펼쳤다. 최근 플로이드 사태에 대한 그의 발언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그는 “인생에는 객관적인 진리라는 게 있다”며 “차별 철폐를 기치로 뭉치면 일차원적 사고의 함정을 넘어설 수 있다. 차별이 사라지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가 오기를 기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PGA 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종료 이후 일정을 중단했다가 이날 91일 만에 재개됐다.
이번 시즌 페덱스컵 랭킹 1위를 달리는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를 기록, 선두와 3타 차로 공동 16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두 번째 시즌을 뛰는 임성재는 3월 초 혼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5위가 모두 출전한 가운데 톱5 중에서는 4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6언더파 공동 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 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3위 브룩스 켑카(미국)는 나란히 2언더파 공동 39위, 2위 욘 람(스페인)은 1언더파 공동 57위로 첫날을 마쳤다. 세계 5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1오버파로 부진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열린다. 필드에서 선수들은 클럽을 직접 꺼내거나 경기 후 서로 악수하지 않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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