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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과반수가 삼성 손들어줬는데…검찰, 무리한기소 강행땐 역풍 거셀듯

양측 특수통 앞세운 치열한 수 싸움 벌여

9시간 논의 끝에 기소 타당치 않다 판단

3대0 전패에 여론 역풍, 딜레마 빠진 檢

19개월 수사명분 실추, 기업흔들기 비판

기소 강행할 경우 국민 신뢰 추락 불가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놓음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 9일 새벽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이어 11일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결정, 이날 심의위원회 논의 결과까지 삼성 측과 양보 없는 진검승부를 벌였지만 3전3패로 완패하면서 내부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는 물론 기소도 강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 의견서는 물론 진술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수사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이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민 판단을 무시한다’ ‘무리한 수사·기소로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소 등의 절차를 모두 포기하면 1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면서 스스로 무능만 인정하는 셈이 된다. 말 그대로 검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그동안 삼성을 겨냥한 수사를 장시간 지속하면서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을 흔들었다”는 따가운 질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과 삼성 양측은 이날 수사심의위에서 전현직 특수통으로 대표되는 최강의 공격·방어진을 내세웠다. 양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할지, 또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삼성물산 등을 기소할지 등의 안건에 대해 9시간가량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수사심의위에서는 앞서 회피 의사를 밝힌 양창수 위원장(전 대법관)을 제외하고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위원 15명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위원장 자리를 위임받은 1명을 제외한 13명이 표결에 나섰다. 현안위원들은 검찰·삼성 측은 물론 고발인인 참여연대가 제시한 의견서와 양측 진술을 토대로 논의 절차에 돌입했고 장시간 논의 끝에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표결에 참여한 13명의 현안위원 중 압도적 과반수인 10명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과정에서 현안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결에서도 무죄를 주장한 삼성 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절반을 웃도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삼성 측은 3대0의 완승을 거둔데다 수사심의위가 사실상 추가 수사를 비롯해 기소조차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반면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 이후 수사팀은 물론 조직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존에 여덟 번 열린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이 모두 수용했던 만큼 추가로 수사에 나서거나 기소를 강행할 경우 여론의 역풍은 불을 보듯 훤하다. 수차례 열린 여론 재판에서 전패했는데도 승복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시선에는 오만한 검찰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추가 수사나 기소 등 독불장군식의 무리한 움직임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만든 제도인데 스스로 여론에 묻고자 하고 따르지 않는다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기소 여부 등을 검찰이 최종 판단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라는 의견이 나온 상황에서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거나 기소를 강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 역풍이 만만치 않은 탓에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과를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 결과를 감안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대로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 부회장 등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거나 수사를 멈출 경우 지금까지 오랜 수사에서 혐의 입증도 못한 무능한 검찰이라는 오명을 써야 한다”며 “무조건 기소 등의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지만 ‘무리한 수사’나 ‘기업 흔들기’라는 비판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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