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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뒷북정치] 한미워킹그룹은 新 조선총독부인가

北, 사흘 만에 워킹그룹 겨냥 대남비난

南 여권도 "워킹그룹 족쇄 풀고 나와야"

한미,'남북교류 드라이브' 갈등 속 출범

폼페이오 "남북관계,비핵화 2인용 자전거"

한미, '北 비핵화' 대의명분 잊지 말아야

한미 외교당국자들이 지난 2월 열렸던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사진제공=외교부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가 파국적 위기에 처한 오늘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양 건너 상전에 기대어 무엇인가를 얻어보려고 어리석게 놀아대고 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던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중단한 지 사흘만인 26일 다시 청와대를 향해 가시가 돋힌 말을 쏟아 냈습니다.

북한은 다시 시작된 대남 비난 메시지를 통해 남측에 비교적 선명한 요구를 해왔습니다. 바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워킹그룹을 폐기하라는 것입니다.



고조되는 한미워킹그룹 폐기론





요구는 받아야 할 것을 필요에 의해 상대방에게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한미워킹그룹 폐기는 북한뿐 아니라 남한 내 여권에서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의 ‘북핵문제 발생 원인과 해법’ 초청 강연에서 “한미워킹그룹이 생긴 이후부터 미국이 핵문제를 핑계로 ‘남북관계’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며 “한미워킹그룹 족쇄를 풀고 나와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키운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한미워킹그룹 밖에서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10월 29일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왼쪽)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청와대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관계 진전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도 앞다투어 한미워킹그룹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 그 지점을 외교부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달 발간된 ‘창작과 비평’ 대담에서 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주문하며 한미워킹그룹을 비판했습니다. 한미워킹그룹 폐기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를 들어보면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입니다.



한미워킹그룹의 탄생


한미워킹그룹의 탄생도 2018년 평창의 봄 이후 시작된 한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중심으로 한 남북교류협력 속도전에서 기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남북 정상공동선언을 통해 철도·도로 연결 등 경협을 넘어 남북 간의 적대행위를 금지한 군사분야까지 포괄적인 남북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 의 대북 유화 노선이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전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남북경계선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만든 데 큰 충격을 받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19 군사합의 이후 한 달여 만인 2018년 10월 10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 시 남북 군사합의서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격분해서 강 장관을 힐난했다”는 특종 보도를 냈습니다.



지난 1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닛케이는 오피니언 면에 실은 자사 해설자의 관련 기사에서 “남북 유화로 움직이는 한국에 폼페이오 장관이 격분하는 소동이 최근 있었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 군사합의 관련)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며 지난달 하순 전화로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한다”고 한미 외교장관 간의 대화를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강 장관은 당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정진석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예, 맞습니다”라고 일본 언론보도를 인정해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양국 조야에서 커졌습니다. 이후에도 한미는 남북교류협력 사업과 관련 불협화음을 냈고 결국 미국은 2018년 11월 20일 일방적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출범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는 2인용 자전거"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탄생 과정을 보면 한미워킹그룹은 남북교류협력 속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의 성격이 짙어 보입니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워킹그룹 첫 회에서 한 말은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실어줍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와 남북관계는 함께 나아가는 2인용 자전거이며 중요한 배경과정으로 생각한다”며 “양국이 상의 없이 단독행동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출범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례로 미국은 인도적 지원은 막지 않는다는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지난해 1월 북한에 감기약인 ‘타미플루’를 보내려 했을 때도 한미워킹그룹 선(先) 논의를 주장하며 제동을 건 바 있습니다.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열린 ‘해리스 대사 참수 경연대회’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규탄하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수염을 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 강행의사를 밝히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 데 대해 당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우리가 (해리스)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반발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출범 목적과 달리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불만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와 군사행동 위협을 통해 한반도의 안보위협이 가중된 상황에서 한국이 한미워킹그룹을 독단적으로 폐기하려 한다면 한미는 자중지란에 빠질 게 자명합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된 북한의 비핵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미워킹그룹을 꼭 폐기해야 한다면 그 이전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의임을 미측에 먼저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옛 속담에 ‘급할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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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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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09:19:49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