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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한국 최초 WTO 수장”...유명희 꿈 이뤄질까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WTO는 무역 자유화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1995년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자유무역을 지탱하기 위한 규범을 만들고, 이에 반하는 조치를 바로잡으며 다자무역체제의 보루로 자리매김했죠.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면서 현재는 존립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장 자리에 올라 위기의 WTO를 되살리겠다는 게 유 본부장의 포부입니다. 그는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 체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24일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앞서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과 2012년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번엔 다를까요. 개인 역랑은 둘째치고라도 후보군에 얼마나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나올지, 입김이 센 미국의 지지를 어느 정도 이끌어 낼지 등 지켜봐야 할 변수가 적잖습니다.

유 본부장이 걸어온 길부터 간략히 살펴보죠. 유 본부장은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통상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사무관 시절부터 통상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2018년 통상교섭실장에 올라선 뒤 이듬해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직 생활 동안 굵직한 협상을 다뤄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통상교섭실장을 맡으면서 전임이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호흡을 맞추며 미국과의 FTA 개정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한중 FTA 협상을 마무리한 경험도 있고요. 양자 뿐 아니라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자우무역협정(FTA) 등 다자 협상장에도 뛰어왔습니다. WTO 사무총장에게 요구되는 자격 중 하나로 굵직한 협상을 다뤄 본 경험을 보는데, 유 본부장의 경우 “여느 후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협상 경험을 갖췄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입니다.

공직 생활 내 WTO에서 근무해본 적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WTO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한 정부 인사는 “WTO 사무국 내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너 서클’이 있는데 후보자가 이들과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을지도 후보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며 “전임 사무총장인 호베르투 아제베두가 수장으로 뽑힐 때도 WTO에서 7년 넘게 일하며 조직을 잘 안다는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 역량을 차치하고, 주요국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WTO 사무총장 인선은 164개국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이뤄집니다. 회원국 간 협의 과정에서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과정을 반복한 다음 단일 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강대국의 지지를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미국처럼 입김이 센 회원국이 한국 편을 들어주면 미국 눈치를 보는 다른 국가들로선 다른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을지는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밀어주느냐에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물론 미국의 지지만으로 당락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잖습니다. 미국 못지 않게 영향력이 큰 중국의 선택을 지켜봐야한다는 건데요. 미국은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현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개도국 후보를 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개도국 후보로는 아프리카 인사가 꼽힙니다. WTO 전체 회원국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는 만큼 확보할 수 있는 표도 많은데다, 중국의 지지까지 얻는다면 무시못할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의장, 엘로이 라오루 제네바 주재 베냉 대사 등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리카 국가들마다 이해관계가 판이한 탓에 단일 후보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단일 후보가 나오면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럽연합(EU)이 단일 후보를 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통상공방을 벌이고 있는 EU가 역내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건데요. EU에 속한 국가들이 27개의 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단일 후보를 나올 경우 한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사무총장직을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 가면서 지냈다는 점도 EU 측 후보에 유리한 지점입니다. EU 측에서는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사무총장 입후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이 탄탄한 ‘지역 기반’을 다지지 못한 점도 취약점으로 꼽힙니다. 역내 이해관계를 한 데 모아 ‘아시아 대표’로서 한국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면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 통상전문가는 “한국과 무역분쟁 중인 일본으로서는 유 본부장 출마가 부담스럽지 않겠나”라며 “동남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만만찮은 터라 역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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