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취업준비생도 돈 못 받고 노력하는 약자 중에 최약자입니다. 정부가 취준생들의 절박함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비정규직에만 신경 쓰는 게 화가 나는 겁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힌 후 취준생들의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한 공기업 준비생이 기자에게 토로한 말이다. 그는 “1,900여명이나 되는 인원이 정규직으로 한꺼번에 전환되는데 어떻게 전체 공채 인원과 무관하다고 하는지 정부의 설명이 납득이 안 된다”며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가 취준생들의 절규는 외면하는 듯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인국공 사태에서 가장 분노하는 것은 취준생을 배려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절차를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인국공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는 취업 문을 뚫기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힌 채 기약 없이 공부에 매달리는 취준생들도 약자임이 틀림없다. 일자리가 넉넉하면 상관없지만 민간 기업이 채용 규모를 갈수록 줄이는 상황이라 취준생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한 취업 준비생은 “새로 생기는 정규직 일자리는 노력하는 모두에게 개방돼야 하는데 특정 사람들에게 전환 혜택을 부여한다니 불공정이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 조사 결과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45%로 찬성(40.2%)보다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취업준비생이 많은 20대에서 보류 의견이 55.9%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정규직을 늘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 시장에서 취준생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만 집중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사회적 약자, 을(乙)을 배려하고 있다면 취준생들의 입장과 의견도 잘 경청해서 정책을 펼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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