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대책 실효성을 놓고 정책 입안자인 정부와 서울시는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수년간 맞서온 온 정부와 서울시가 또다시 부딪히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4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인 공공재건축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이날 제시한 주택 공급 목표 13만2,000가구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5만 가구를 책임진 공공재건축의 정책 신뢰성에 큰 흠집이 난 셈이다. 공공재건축은 용적률과 층수 규제를 완화해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하는 제도다. 사업 주체인 민간 입장에서 높은 기부채납 비율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 사업 참여 유인이 적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강남권 택지 확보를 타진해 왔지만 서울시는 ‘미래세대에 넘겨줘야 할 유산’이라며 완강히 반대했다. 그린벨트 보존을 위해 도심 고밀화를 하기로 정부와 서울시가 합의점에 도달했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또다시 대립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서 사업을 진행하게 하되 임대 물량을 의무화해 이익을 환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정부로선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재건축 방식을 통해서만 규제 완화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년 전에는 서울시의 용산 여의도 통개발 방안 발표로 서울 집값이 크게 뛰면서 서울시와 정부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7월 고 박원순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통개발 방안을 공개한 것이다. 전해 발표된 8·2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조용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은 박 시장의 개발 방안으로 다시 들끓었고, 결국 그해 9월 정부는 다시 9·13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서울시도 체면을 구긴 채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를 접어야 했다. 강남구 현대차 신사옥 GBC 건립이나 MICE 개발 사업 등 강남권 대형 개발 사업도 집값 안정이 우선인 정부의 견제로 추진 속도가 느려져 서울시가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한편, 서울시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공공재건축은 실현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공공재개발의 경우 서울시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주민 설명회와 시범 사업지 선정 일정 등을 확정했지만 공공재건축은 아직 뚜렷한 일정도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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