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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식품사막 현상'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식품사막 현상이란 도시 구조 등의 변화로 지역사회 내에서 채소 등 신선한 식품 등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한 식량원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값싼 인스턴트 식품들을 대신 섭취하게 되고 비만은 물론 각종 성인병이 발생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직접 나서 건강식품 사각지대인 식품사막 퇴치를 촉구하고 나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어졌다. 연구 결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대부분 소득 수준이 낮거나 고령화 혹은 비도시 지역이었다. 실제로 미국에 만연한 비만인구 증가는 부유함이 아니라 신선식품을 구할 수 없어 열량이 높은 정크푸드를 먹을 수밖에 없는 가난 때문이라는 말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식품사막을 초래한 장본인 중 하나가 대형마트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농산물과 식품을 제공하는 대형마트가 주로 대도시 중심부보다는 도시 근교에 위치하면서 이른바 도심 내 저소득 지역에는 식생활용품 구입을 위한 적절한 매장이 부족하게 된다. 결국 주민들은 매우 제한된 선택만을 강요받게 되고 그마저도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인수합병(M&A)이나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매장이 통합 및 폐쇄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운영하던 점포가 사라지면 지역 소비자의 후생은 자동적으로 축소가 된다. 다른 대형마트를 찾아가면 되지만 더 멀리 갈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장보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은 주로 국토가 넓은 미국이나 M&A가 활발했던 유럽, 고령인구 증가로 도시 구조가 급격히 바뀐 일본 등에서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식품사막화 현상의 그림자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위주로 형성된 상권에서 대형마트가 폐점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적절하게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과 관련한 연구 결과에서 폐점 이후 주변 상권의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해당 상권에서 쇼핑하기가 적절하지 않자 고객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물론 도심권에서는 온라인 쇼핑 확대와 촘촘히 형성된 상권으로 이러한 사각지대로 인한 불편은 크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가 높은 지역이나 지방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각종 규제와 소비 패턴 변화로 지방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폐점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이러한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은 크다. 식품사막 현상이 꼭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폐점으로 인한 도시 슬럼화와 지방 상권 붕괴를 막기 위한 상생의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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