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대로 논다’.
보통 부정적으로 쓰는 말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인 ‘더 뉴 GLA’와 ‘더 뉴 GLB’를 타고 떠오른 말이다. 두 모델은 ‘심장’을 공유하지만 달리는 맛은 180도 달랐다. 민첩하고 날쌔게 생긴 더 뉴 GLA는 스포츠 세단 못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줬고 더 뉴 GLB는 듬직한 외관만큼 부드러운 주행감성을 선사했다. ‘250 4MATIC’ 등급 기준 두 모델(더 뉴 GLA·5,910만원, 더 뉴 GLB·6,110만원)의 가격 차이는 불과 200만원. 쓰임새를 고려하면 더 뉴 GLB가 답이지만 운전하는 재미를 생각하면 더 뉴 GLA가 눈에 밟힌다.
지난 9월24일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인근까지 왕복 145㎞를 주행했다. 가는 길에는 더 뉴 GLA를, 오는 길에는 더 뉴 GLB를 시승했다. 더 뉴 GLA를 타고 가는 길은 경쾌했고 더 뉴 GLB와 돌아오는 길은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두 모델 모두 ‘250 4MATIC’ 등급으로 벤츠의 M260 엔진이 탑재됐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배기량 1,991cc에 최고 출력 224마력, 최대 토크 35.7㎏·m의 성능을 낸다. 대표적 가솔린 SUV인 토요타의 ‘RAV4’ 2.5보다 더 낮은 배기량에 출력은 17마력, 토크는 10·1㎏·m 가량 높다. 일반적인 SUV 대비 엔진 성능이 뛰어난 만큼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더 뉴 GLA는 소형이고 더 뉴 GLB는 준중형으로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 같은 엔진이지만 더 뉴 GLA가 보다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뽐내는 이유다.
더 뉴 GLA는 한눈에도 날렵해 보였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측면 라인과 벤츠의 고성능 라인인 AMG의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 19인치 AMG 5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적용돼 ‘이놈 참 잘 달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관에 비해 실내는 소박했다. 벤츠 세단의 세련미 보다는 실용성이 눈에 띄었다. 특히 널찍한 적재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최대 적재 용량 1,430ℓ로 웬만한 중형 SUV와 맞먹는다.
시내를 벗어나 ‘스포츠’ 모드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노면의 굴곡, 질감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부드럽고 편안하기만 했던 세단 라인과 달리 하체가 단단하게 세팅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무거웠지만 이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 코너를 돌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고속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도 경쾌했다. 저단에서는 변속기가 제때 변속을 못해 답답함이 들었지만 5단 이상 고속에서는 변속 지연 없이 속도가 쭉쭉 올라갔다. 시속 0㎞에서 100㎞까지 달리는데 6.7초면 충분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데로 달리고 돌아가는 맛이 웬만한 고성능 세단을 능가했다. 소형 SUV의 한계상 2열 좌석이 다소 좁아 성인이 장시간 타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다. 더 뉴 GLA는 1~2인 가구에 적합해 보였다.
더 뉴 GLB는 첫눈에도 듬직했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모양의 패턴이 차량 곳곳에 적용됐는데 편안한 주행 성능, 넉넉한 실내 공간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 벤츠의 SUV 라인업에 새로 합류한 더 뉴 GLB는 소형인 GLA와 중형인 GLC를 채워주는 모델이다. 실내 공간은 4인 가족이 타도 충분하다. 2열 레그룸에 주먹 2개는 넉넉하게 들어갔다. 벤츠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성비’ 모델이다.
주행성능은 역동적이었던 더 뉴 GLA에 비해 패밀리 SUV 다운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컴포트 서스펜션이 장착돼 노면 상황이 다소 거칠어도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도는 미미했다. 부드럽고 정숙한 세단의 주행 감성을 선호한다면 더 뉴 GLB가 적합하다. 패밀리 SUV를 표방하는 만큼 운전 보조 및 편의기능도 넉넉하다. 앞차와 간격을 맞추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제동·출발하는 반자율주행 시스템, 차량 또는 보행자와 충돌을 경고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차선 이탈 방지,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이기본 제공된다.
두 모델은 목표 고객층이 분명하다. 1~2인 가구에 역동적인 주행을 선호한다면 더 뉴 GLA를, 3~4인 가구가 일상과 여가를 함께 할 차량을 찾는다면 더 뉴 GLB가 적합하다. 벤츠는 높은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두 모델의 등장으로 뛰어난 주행 성능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누릴 기회가 열렸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