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시적인 자금 부족에 단기 차입한 금액이 14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내 최고치다.
이런 ‘돌려막기’에 지급한 이자도 9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일시차입 규모와 이자 상환 비용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9월까지 일시 차입한 금액 누계는 142조5,000억원(추정)이다.
정부는 세출에 필요한 세입을 확보하지 못하면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에서 일시차입해 융통한 자금을 우선 지출하고 나중에 세입을 통해 빚을 갚는다.
재정증권과 한은 일시차입은 정부의 ‘급전’ 조달 성격으로, 하루나 이틀짜리 단기자금부터 수개월짜리까지 다양하다.
올해 정부는 재정증권 45조3,000억원, 한은 차입 97조2,000억원 등 총 142조5,000억원을 일시차입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큰 규모다.
정부 일시차입은 2011년 19조7,000억원(재정증권 11조7,000억원·한은 차입 8조원), 2012년 59조4,000억원(재정증권 22조4,000억원·한은 차입 37조원), 2013년 111조2,000억원(재정증권 36조7,000억원·한은 차입 74조5,000억원)으로 늘다가 2014년 71조원(재정증권 38조원·한은 차입 33조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15년 88조5천억원(재정증권 37조5,000억원·한은 차입 51조원), 2016년 29조9,000억원(재정증권 20조9,000억원·한은 차입 9조원)에서 2017년 9조9,000억원(재정증권 7조9,000억원·한은 차입 2조원), 2018년 2조원(재정증권 2조원)으로 줄었다.
그러다 2019년 84조7000억원(재정증권 48조7,000억원·한은 차입 36조원)으로 다시 늘었고, 올해는 9월 기준으로도 140조원을 넘겨 연말에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갚은 돈을 제외하고 계산한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은 올해 9월 기준 추정치가 15조7,000억원이다.
최근 10년 내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이 10조원을 넘긴 해는 2013년(10조6,000억원)과 2019년(10조1,000억원) 두 해뿐인데, 올해는 9월 기준으로도 10조원을 훌쩍 넘어서 10년 내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일시차입 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세금 납부 유예 등 세정 지원으로 세입은 줄어든 반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재정 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시차입으로 급전을 조달하면서 이자 상환에도 상당한 금액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 기준 일시차입에 따른 이자상환액 추정치는 944억원으로, 재정증권 이자가 535억원, 한은 차입 이자가 409억원이다.
다만 금리가 낮아 2013년(2,644억원)이나 2019년(1,648억원)보다는 이자상환액이 줄어들었다. 유경준 의원은 “재정증권 증가도 문제지만 추가 비용이 드는 한은 차입금을 남발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빠른 속도로 해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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