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한글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까지 유통 관련 업체들이 한글날을 전후해 무료 서체를 잇달아 내놨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의미에 더해 회사가 제작한 서체가 널리 이용되면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마케팅 효과도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한글날인 이날 홈페이지 ‘우아한닷컴’을 통해 9번째 무료 서체 ‘을지로10년후체’를 배포했다. ‘을지로10년후체’는 지난해 한글날 내놓은 ‘을지로체’에 10년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더한 것으로, 기존 을지로체를 희끗희끗하게 바랜 형태로 제작됐다. 자주 쓰이는 조사 50자는 이 서체로 여러 번 입력할수록 3단계로 흐려진다. 우아한형제들은 2012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매년 한글날에 맞춰 길거리 간판 글자를 재해석해 만든 무료 서체를 공개해왔다.
이커머스 위메프는 전날 첫 전용서체인 ‘위메프체’를 공개하고 일반에 무료 배포했다. 외부 개발업체에 맡기지 않고, 임직원이 직접 디자인한 이 서체는 위메프 기업 로고의 형태적 특징을 살렸다. 한글 2,780자, 영문 52자, 숫자·기호 69자로 이뤄졌으며 본문용인 레귤러(Regular), 제목용인 세미 볼드(Semi Bold)와 볼드(Bold) 등 3가지 버전을 배포한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6일 청산리전투 승전 100주년을 기념해 ‘김좌진 장군 독립서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좌진 장군의 한문 붓글씨를 분석해 이를 한글 구조에 맞춰 재해석한 서체다. 세븐일레븐은 이 글씨체를 상품 포장에 활용한 ‘장군 상품’ 6종도 출시했다.
유통업계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동시에 한글로 회사 이미지까지 제고하는 한글 마케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서체가 잘 활용되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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