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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북한 인권 문제에 여전히 눈감은 정부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여정 한마디에 전단 막은 정부

북한인권재단 출범도 발목 잡아

北동포들의 고통 외면하지 말고

국제사회와 현실 개선 노력해야





1년 반 전 ‘북한 인권 문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처음 발의된 지 11년 만인 지난 2016년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은 북한 당국의 인권범죄를 체계적으로 조사,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인권재단을 각각 설립하고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목적으로 외교부에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3년째 재단은 출범하지 못했고 대사는 공석이며 기록센터의 예산은 줄어들었다. 인권강국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로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표였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북한 인권 문제는 외면되는 수준을 넘어 이제 반인권적인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일 북한인권법 통과 4주년을 넘겼지만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여당이 재단이사 추천을 계속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인권대사는 2017년 9월 전임 대사의 임기만료 이후 선임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장관은 그 자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북한인권실태보고서를 써놓고도 공개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말하지 않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그 다음날 여당 의원은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정부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 중단을 내세워 법 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탈북자 정착지원 분야에서 활동하는 25개 산하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도 개시했다. 정관 목적 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따져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시기와 대상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리처드 앨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 등 미 행정부 고위관리 13명이 이들 단체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우리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인권침해와 정치적 탄압 소지를 우려하는 통보문을 유엔인권이사회의 다른 특별보고관들과 연대해 한국 정부에 보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북한이 아닌 한국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필요할 때만 꺼내 드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이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진정한 민주국가라면 북한 인권문제도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다뤄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정한 데 따라 북한인권재단 출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 북한인권실태보고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부가 15년간 참여하다 지난해 불참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하고 2018년 이후 중단된 유엔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상황 토의가 재개되도록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가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통해 북한 정권의 실상을 깨닫고 자유와 인권에 눈 뜨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앞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유입을 더 늘려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비무장 상태의 우리 국민을 잔혹하게 사살하고 불태운 반인륜적 범죄집단이다. 정부가 북한의 인권탄압에 눈감는 것은 단순히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인권도 함께 내팽개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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