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년 만의 그룹 총수 교체로 정의선 회장 체제로 돌입하면서 조만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개편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정 회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순환출자 해소와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가 무산된 2년 전의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묻어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다. 정 회장의 이들 계열사에 대한 지분은 각각 2.62%, 1.74%, 0.32%에 불과하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을 물려받아도 핵심 계열사 지분율이 10%에 미달한다. 대주주 할증 포함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를 감안하면 지분율은 더 떨어진다. 순환출자 고리의 중 하나만 외국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아도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일부 보완해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시도했다. 현대모비스에 핵심 사업만을 남긴 뒤 정 명예회장, 정 회장과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하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 당시 개편안의 골자였다. 매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 명예회장,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지배구조 개편안은 사모펀드 엘리엇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각각 인적 분할해 3개 투자 부문을 합병하는 방안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현대차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가 남아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2년 전 현대차그룹이 지주사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 것도 금융계열사를 그룹 안에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도 인적 분할시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는 상법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황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하는 배경으로 꼽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이날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 거래일 대비 6.53% 상승한 17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모비스는 1.30% 올라 23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김능현·김경미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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