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한 5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확률이 높아지자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최대 과제로 미국이 ‘리비아 모델(선 핵 폐기, 후 보상 방식)’을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북미 간 신뢰 형성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토크 콘서트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는 어디로?’에서 바이든 후보에 대해 “(북한 관련) 이슈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도덕적으로 법을 어긴 북한이 잘못됐다는 관념이 강하다”며 “북한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타결하려는 의지가 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전제 하에 경제적 혹은 안보적 보상을 보장해주는 ‘리비아 모델’을 ‘바텀업 방식(실무진 간 협의로 정상회담까지 끌어올리는 외교)’으로 시도할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대북 경제 압박 방식인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이유에서다.
윤 전 장관은 “그런 접근법(리비아 모델)이 더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간 정치적 신뢰 관계 약한데 이를 강화해야만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이 북한과의 협상을 실무진에게 위임하더라도 리더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신자유주의 무역 시대는 부활하지 않으리라 단언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미국 중산층을 위한 경제외교’”라며 “신자유주의 체제는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은 이득을 보지만 미국 중산층을 약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의존했던 의약품, 반도체 등 민감한 품목을 앞으로 자체생산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 양상이 ‘독단 플레이’로 중국과 맞섰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리라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의 외교 관련 캐치프레이즈가 ‘민주주의와 동맹’”이라며 “민주주의 국가들과 네트워크 형성해서 러시아, 중국같이 자유주의 질서를 침식하는 권위주의 국가를 제압하겠다는 시도를 강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1년 넘게 고착된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오히려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의 ‘바텀업’ 방식을 강조하며 “바이든 후보는 양국 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외교 전략을 두고 “미국과 중국에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분명히 말해야 한다”며 “당신들을 한미동맹의 과녁으로 삼는 것을 최대한 노력해서 막겠다고 양해를 구하면 외교 입지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외교가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에 따라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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