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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초조한 文정권의 자충수

윤석열 찍어내기 'YS 제명' 소환

공수처 강행 목적도 권력 수사 덮기

코너 몰린 권력자들 무리수...데자뷔

'다수 폭정'으로 부메랑 맞지 말아야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권력자들이 과거 정권의 추락을 잊고 전철을 밟기 때문이다. 권력 데자뷔 현상은 그래서 생긴다.

지난 1978년 12·12 총선 득표율에서 제1야당인 신민당이 여당인 민주공화당을 1.1%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초조해진 유신 정권은 1979년 10월 4일 국회에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의원 제명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집권 세력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자충수로 드러났다. 부마항쟁을 촉발하고 정권을 몰락시켰기 때문이다. 5공 정권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다급해진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대통령직선제 요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4·13 호헌 조치를 밀어붙였다. 이 무리수는 6월항쟁과 5공 정권 종식으로 이어졌다.

요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과속은 벼랑 끝 권력자들의 뒤안길 장면을 소환해줬다. 추 장관은 침묵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일구이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선 주자 지지율 하락으로 애가 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 때리기 최전선에 나섰다. 추 장관과 이 대표는 친문(親文) 지지층을 의식해 민심과 상식보다는 오기와 당심(黨心)을 택했다. 이들은 검사들의 반발도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여권이 근거 없는 혐의들을 뒤집어씌우고 온갖 수사를 동원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윤 총장을 몰아내고 권력 비리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다. 여당 대표를 지낸 추 장관은 인사권·감찰권·수사지휘권을 총동원해 정권 의혹 수사를 막으려 했다. 권력 비리 엄정 수사를 강조하는 윤 총장은 최대 암초였다. 결국 윤 총장 쫓아내기 시도는 적반하장 행태이다.



당정청이 윤 총장에게 융단 폭격을 가하는 까닭은 정권 임기를 1년 5개월가량 남기고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자칫 여당이 고배를 마실 경우를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질 수밖에 없다. 패키지 효과로 오는 2022년 대선 전망도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만일 정권이 교체된다면 여러 갈래 권력 비리 의혹이 수사 메뉴로 오를 수 있다.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권은 ‘신(新) 적폐 수사’를 막기 위해서는 싹부터 잘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게다가 부동산 대란과 실업난 등으로 민심이 떠나가고 있어서 여권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기 출범에 목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수처를 출범시킬 경우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퇴임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수 있다. 현 정권 코드와 맞는 처장이 이끄는 공수처가 ‘수사이첩 요청권’을 활용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가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권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쓰는 전략을 펴고 있다. 김해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한 뒤 10조 원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가덕도신공항 애드벌룬을 띄운 것은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여권은 대구·경북과 호남 지역 유권자를 의식해 TK신공항과 서남권신공항도 맞춤형 선물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충청권에는 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 행정수도 복원 카드를 꺼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겨냥해 ‘토건 정권’이라고 비난했던 민주당 세력은 전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정권은 조마조마해질수록 더 막가파식으로 달리게 된다. 게다가 압도적 과반 의석까지 갖고 있으니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 사상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이 우려했던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바둑에서도 무리수를 두면서 대마 잡기를 시도하다가 무너지면 불계패를 당한다. 문재인 정권도 앞뒤 안 가리고 윤 총장을 코너로 몰다가 자칫 실족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폭주 정권이 민심의 부메랑을 맞는 불행은 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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