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철회해 달라’고 추 장관에게 요청한 것과 관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역시 초록은 동색을 넘어 검사 동일체”라며 “자신의 한쪽 팔도 자신의 다른 팔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다만 조직에 충성할 뿐이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결국 가처분 신청 재판 당일 커밍아웃을 한다”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부랴부랴 서둘렀나”라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추 장관이 임명해 7개월 동안 검찰국장을 했던 분도 검찰 조직의 보위를 위해선 결국 어쩔 수 없다”면서 “추 장관 최측근 인사라고 공격받았던 인물인데…”라고도 적었다.
정 의원은 또한 “대한민국에서 조직수장에 이렇게도 맹목적 충성을 다 하는 공무원들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래서 검찰개혁을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정 의원은 “경찰이 검사를 사찰했다면 검사들은 용인하겠나”라고 물은 뒤 “같은 범죄도 다른 사람이 하면 죄가 되고 검찰이 했다면 ‘혐의없음’ 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여기에 덧붙여 정 의원은 “무전유죄, 유전무죄처럼 무검유죄, 유검무죄인가”라고 지적하며 “검찰개혁, 가는 길 험난해도 꼭 가야할 길”이라고 검찰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조 차장은 추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발만 물러나 달라”면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치 처분을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차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검찰 개혁에 대한 헌신(獻身)과 열망(熱望)이 장관님의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어 감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조 차장은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되면 검찰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아무리 좋은 법령과 제도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차장은 이어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치 처분을 거두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총장님이라고 해서 재임 기간 중 어찌 흠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 조 차장은 “오늘은 법원에서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심판이 있고 모레는 법무부에서 징계 심의위가 열린다”며 “장관님이 그토록 열망하는 검찰 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관님의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앙망한다”고 썼다.
한편 수개월간 이어진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첨예한 갈등 국면이 결국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된 가운데 이번 주가 윤 총장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내린 직무정지 명령의 법적 정당성을 판단할 행정소송 재판이 지난달 30일 열렸다. 이어 오는 2일에는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도 예정돼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처분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추 장관은 처분의 명분이 약화된 채 불리한 여론 속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심문 이틀 뒤인 오는 2일 열린다. 징계위는 위원장인 추 장관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 청구권자 신분이어서 사건 심의에는 관여하지 못한다.
징계 의결 과정에도 윤 총장이 기피를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참여할 수 없다. 징계 의결은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며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징계위가 감봉 이상을 의결하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결론을 내린다. 만약 법원이 직무배제 효력을 멈추더라도, 징계위가 면직 또는 해임을 의결하면 윤 총장은 검찰총장직을 잃는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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