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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부부...'중장년바라기' 된 TV 예능

"젊은층 떠난 안방, 시청률 보증수표"

트로트 서바이벌 경연 프로 늘고

부부 관계·불륜 포맷 등도 등장

"신선함↓·자극성만 높여" 지적도

TV 예능에서 중장년층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나 유튜브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TV 이탈 속에 예능 프로그램들도 TV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층만 바라보게 된 것이다. 다만 중장년층의 높은 지지 속에 ‘시청률 보증수표’가 트로트와 부부 관계 등 한정된 소재에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만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신선함은 떨어지고 자극성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 ‘트롯 전국체전’. /사진제공=KBS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 사이 주간 전국 시청률 순위를 보면 KBS ‘트롯 전국체전’(16.5%), SBS ‘트롯신이 떴다2’(13.9%), MBC ‘트로트의 민족’(9.8%) 등 트로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세 프로그램 모두 무명 트로트 가수들의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큰 틀을 공유한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내보낸 KBS ‘트롯 전국체전’은 총 87팀의 참가자가 전국 8개 지역으로 구성된 팀을 이루고 감독·코치 24명의 지원을 받아 경연에 나선다는 설정이다. 지난 10월부터 방영 중인 MBC ‘트로트의 민족’도 전국 8개 지역별로 1라운드 경연을 벌이고 여기서 통과한 참가자들이 전국 단위로 모여 서바이벌 오디션을 벌이는 형식이다. SBS ‘트롯신이 떴다2 - 라스트 찬스’도 무명 가수들의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세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기성 가수들도 남진, 설운도, 주현미, 진성, 김연자 등 비슷하다.

‘TV만 틀면 트로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련 예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TV조선 ‘미스트롯’ 이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트로트 인기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시청률 35.7%의 대기록을 썼던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나오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은 방송이 시작된 지 7개월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11~13%대의 높은 시청률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7일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는 ‘미스트롯’도 무려 121명의 참가자를 공개하며 세 몰이에 나섰다.

‘부부 관찰 예능’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미 수 년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최근 들어 더 자극적인 소재로 중장년층 공략에 나섰다. 19금 부부 토크쇼를 표방하는 채널A·SKY의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애로부부)는 불륜과 고부갈등 등의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게스트들은 부부 사이 관계 등 농도 짙은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꺼낸다. 그런가 하면 최근 시작한 TV조선의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부부가 며칠간 함께 지낸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였다. 이혼한 부부가 재결합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한 집에서 생활해보며 부부관계를 새롭게 조명해본다는 취지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부터 이혼한 지 13년 된 배우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출연으로 화제를 몰더니 선우은숙과 재벌가 회장의 루머에 대한 대화까지 방송을 탔다.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10.2%를 찍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출연한 배우 이영하, 선우은숙. /사진제공=TV조선


이처럼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이들의 TV에 대한 충성도를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해석된다.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 등 수십 년 된 프로그램들이 지금도 기본 6~7%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롱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0~30대 젊은 층은 이미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TV 프로그램은 온라인 상의 짧은 비디오 클립이나 ‘짤’로 소비하는 추세다. TV 앞을 지키고 있는 중장년층의 구미에 맞추지 않고서는 시청률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종편 채널 등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에서 부부, 트로트 등 중장년층이 좋아할 소재들에만 주목하는 추세”라고 평했다.

문제는 ‘그 나물에 그 밥’ 식의 프로그램들과 갈수록 높아지는 자극성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의 성공한 포맷에서 더하거나 빼기만 한 프로그램들만 늘어나다 보니 신선함을 인정받았던 이른바 원전의 생명력도 결과적으로는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평론가도 “오래된 포맷도 어떻게 기획하고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만들 수 있는데도 복고로 가는 추세”라며 “기존 시청 층을 잡고자 한 고육지책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 하향 평준화의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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