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이 최근 2개월간 급증하면서 300조 원에 육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적극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부 종목은 목표 주가마저 훌쩍 뛰어넘은 경우도 있어 ‘옥석 가리기’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248곳의 시가총액은 285조 9,408억 원으로 지난 11월 초(231조 6,174억 원)에 비해 23.5% 증가했다. 이들 248곳은 미국 금융 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개발한 산업 분류 체계인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서 ‘건강관리(헬스케어)’ 산업 분류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코스닥시장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11월 초 92조 원 규모이던 코스닥 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은 11월 20일 100조 원, 12월 초 110조 원, 21일 12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일례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경우 11월 초 시가총액이 12조 9,300억여 원이었지만 21일 기준 26조 8,552억여 원까지 치솟았다. 증가율이 107.7%에 달했다.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068760) 역시 같은 기간 3조 9,642억여 원이던 기업 가치가 8조 8,378억여 원(122.9% 증가)으로 치솟았고 셀트리온(068270)의 시가총액도 33조 59억여 원에서 49조 5,441억여 원으로 50.1% 증가했다. 유한양행(000100)·녹십자(006280) 등의 대형 제약 기업들의 현재 시가총액 역시 지난달 초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기업 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현재 주가가 증권가의 목표가마저 훌쩍 뛰어넘는 등 ‘과열’ 징후들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대부분 증권사가 13만~15만 원의 목표가를 제시했지만 이날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3% 내린 17만 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한양행·종근당·대웅제약 등 주요 상위 제약사의 시가총액이 3조~5조원 증가했다”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당분간 중대형 제약주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고평가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대로 일부 바이오 기업은 현재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극복할 실적 개선이 필요하므로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들의 경우 내년부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생산을 통해 구조적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서서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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