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국적 화물 운반선을 관리하는 선사 측이 해양 오염 여부를 파악하려고 현지 조사를 의뢰했다.
이란 측에 나포된 ‘한국 케미’호((HANKUK CHEMI·1만7,426톤)를 관리하는 타이쿤 쉬핑과 디엠쉬핑은 선박과 선원 등의 상태 확인을 위해 선주상호보험(P&I)에 현지 조사를 요청했다고 5일 밝혔다.
선사 관계자는 “이란 영해로 끌려간 경위 파악과 실제 해양 오염 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군 당국이 개입한 상황이어서 조사가 더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운영되는 P&I는 선박 운항을 하다 발생하는 선박과 선원, 해양오염에 대한 피해 등을 보상하는 보험으로, 현지에 조사관을 파견해 해양 오염과 선원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한국과 이란의 군 당국이 개입하면서 조사 진행 속도가 더딜 수도 있다고 선사 측은 봤다. 정부와 군 당국의 허가와 그에 맞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사 측은 전날 오후 한국 선원들의 가족에게 연락하고 상황을 알리고 있다.
선사 측은 해양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해양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통상 곧바로 증거물을 채취하고 방제 작업을 벌이지만 이번에는 지정된 항로를 따라 공해를 지나던 선박을 세웠고 선박에 올라 곧바로 끌고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 측에서 해양오염이나 밀수행위 같은 이유를 언급하지만 확인 결과 귀책 사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 외무부는 나포 상황과 관련 ‘한국 케미’호 측에 과실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치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오후 3시 20분께(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 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 선박에는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다.
한편 나포 소식이 알려진 뒤 급파된 청해부대 최영함은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한 상황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