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2,990 선마저 돌파했다. 앞으로 10포인트만 더 오르면 역사적인 3,000포인트 시대의 문을 연다. 기관투자가의 차익 실현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렸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면서 지난해 이후 증시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투자 주체들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증시 거래 대금도 45조 원에 육박, 이틀 연속 사상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7%(46.12포인트) 상승한 2,990.57포인트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83%(8.14포인트) 오른 985.7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10포인트(0.3%)만 더 오르면 3,000포인트 고지를 밟게 되며 코스닥지수는 1,000포인트까지 15포인트(1.5%) 정도만 남겨뒀다. 당장 6일 장에서 동시에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와 코스닥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할 수도 있게 됐다.
이날 장중 기관이 줄기차게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았지만 개인들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해냈다. 장중 한때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000억 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 원 가깝게 순매수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개인과 기관의 매수·매도 강도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2,850 선을 두고 분 단위 기준으로 열세 번이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장 막판에 기관이 매도세를 멈추고 매수세로 일부 돌아서면서 지수는 완연한 상승세로 바뀌었다. 이날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389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2,876억 원 등 양대 시장에서 8,260억여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 7,261억 원, 코스닥시장 4,713억 원 등 1조1,970억여 원을 순매수했다. 실제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모두 기관은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이 6,222억 원을 순매수한 삼성전자(005930)는 기관이 2,028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697억 원을 순매수한 기아차(000270)를 기관은 658억 원어치 팔았다.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적극적으로 받아내면서 해당 종목의 주가도 소폭 약세에 그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렇게 개인과 기관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장중 내내 진행되자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 대금은 26조 2,636억 원, 코스닥시장은 18조 4,356억 원 등 양대 시장 44조 6,992억 원으로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41조 8,900억 원)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에도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개인이 6,200억 원을 순매수한 삼성전자는 1.08% 오른 8만 3,900원을 기록, 시가총액이 500조 8,648억원에 달하며 처음으로 500조 원대를 돌파했다.
전날에 이어 2차전지 업종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은 특히 해운·조선·철강·건설 등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매수세가 경기민감주에 집중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했다”며 “중후장대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OSCO(005490)(4.03%), 현대제철(004020)(5.70%), KG동부제철(016380)(5.35%) 등 철강 업종과 대우조선해양(042660)(3.23%), 한국조선해양(009540)(6.82%) 등 조선 업종, 대우건설(047040)(12.43%), HDC현대산업개발(294870)(6.65%) 등 건설 업종 등이 오랜만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가 개인의 매수세로 단기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3,000포인트와 1,000포인트를 눈앞에 두자 시장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이후 15.4% 급등하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도 11.25% 상승 중이다. 지난해 말 감소세로 돌아섰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4일 기준 19조 3,523억 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 과열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좀 더 강한 모습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열을 얘기하려면 경기 정점을 판단해야 하는데 경기 회복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과열을 판단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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