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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입양까지 했는데..."라는 안일한 인식

허진 사회부 기자





‘정인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일주일이 안 돼 22개의 아동 학대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 ‘창녕 의붓딸 학대’ ‘천안 캐리어 아동 학대’ 등 지난해에는 유난히 충격적인 사건들이 잇달았다. 그때마다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일부 움직임도 있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무원과 경찰 등이 참조하는 ‘아동 학대 대응 업무 매뉴얼’은 수백 장에 달할 만큼 상세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동 학대 조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전담 공무원까지 배치했고 관련 매뉴얼도 짧은 시간 수차례 수정됐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을 찬찬히 뜯어보면 근본 원인은 제도·법의 부재가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정인이 학대 신고를 받고 세 번이나 조사에 나선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 기관(아보전)은 멍과 쇄골의 실금 등 학대 정황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종결했다. 사건을 종결한 이유는 매번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안일했다는 생각이다. 양부의 품에 안겨 있는 정인이의 모습이나 양부모가 잘 협조한다는 것 등 주변 사실들만 부각됐다. 아보전은 두 번째 학대 신고 이후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도 공동 육아 등을 핑계 대는 양부의 말에 상담을 지체했다. 그러던 중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 학대 사건은 형사 사건이다. 하물며 의사 표시가 서툰 아동이 피해자라는 점에서 피의자일 가능성이 있는 부모의 진술은 더 실눈을 뜨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경찰과 아보전은 ‘입양까지 한 부모가 그랬을까’ 하는 안일한 인식 탓에 정인이를 구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 아동 학대는 단순한 가정사가 아니라는 인식, 나아가 부모도 피의자일 수 있다는 인식만이 또 다른 정인이를 막을 수 있다.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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