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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트럼프 弱달러 기조' 선 긋나

■옐런 美재무 지명자 "인위적 弱달러 개입 안한다"

옐런, 원론적 입장 표명해도

약달러 추구와 다른 메시지에

각국 정부·금융시장 관심 집중

연준 의장 시절 비둘기파였지만

"경기회복땐 매파색 띨듯" 분석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 지명자가 20일 열리는 상원 재무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달러화 가치에 대해 “시장에 맡기겠다”고 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월가 등 전 세계 금융가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자금 시장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원론적인 답변이기는 하지만 약달러를 추구하면서 교역 상대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서 벗어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한 달러를 통한 무역 적자 축소’를 공공연하게 얘기했던 것과 달리 옐런이 달러 가치를 시장에 맡긴다면 달러 가치가 과거보다 올라갈 수 있어 세계 각국 정부와 금융시장, 수출입 기업의 자금 운용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자금의 이동과 신흥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 자금 이동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달러화 가치에 대한 미국 재무 장관들의 전통적 입장은 개입 또는 관여하지 않고 시장에 맡긴 채 ‘손을 뗀다’는 것이다. 이자율이나 통화량 등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정하는 것이고, 연준은 행정부와 엄격히 독립돼 있으므로 재무 장관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론적 얘기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역대 미국 재무 장관들은 의회나 언론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받으면 “강하고 안정적인(strong and stable) 달러 가치를 지지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는 진짜로 강한 달러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에 맡기겠다는 뜻을 담은 상투어로 해석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달러가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을 훼손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도 ‘약한 달러’를 무역 전쟁의 무기로 활용하고자 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 장관 역시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이어받아 약달러가 미국의 통상에 좋다는 얘기를 금융시장에 한 적이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 발언에 대해 “맥락에서 벗어나 인용됐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확실한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달리 옐런이 상원 청문회에서 시장에 맡긴다는 원론을 재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옐런 지명자의 발언은 마치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상투어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걸어온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원론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예고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현재 달러화 가치는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낮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3월 이후에는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타국 통화에 비해 12%가량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화 가치가 올라간다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보다 싼값에 수입품을 사서 쓸 수 있다. 반면에 미국 제조 업체들은 수출이 보다 어려워진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역시 외국에서 벌어온 돈을 달러화로 바꿀 때 더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추구했는데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 수입품을 소비해야 했다. 줄어든 소비자 효용과 늘어난 생산자 효용 중 어떤 것이 큰지를 따져봐야 트럼프의 약달러가 국익에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이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약달러를 선택했다.

화폐가치는 이론적으로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기본적으로 이자율의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이자율을 높이면 외국에 나간 미국의 투자자산이 미국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가 증가한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경제가 아직 목표로부터 멀리 있다”며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확언한 바 있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크게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율 관리’와 ‘최대 고용’ 두 가지인데 미 연준은 최대 고용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옐런 지명자 역시 연준 의장 재임 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 인사다. 재무 장관으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해서 강한 달러를 원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옐런 지명자는 2015년 12월 경기과열을 우려해 금리를 0.25% 올리는 결정을 한 뒤 “인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마냥 비둘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면 매파적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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