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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과학자 직격토론]"안전 우려인가, 공포 조장인가."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핵공학과 교수 VS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정용훈(왼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지난 2019년 4월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지하 배수관 맨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물 1ℓ당 71만 3,000㏃(베크렐) 검출됐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가 최근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한쪽은 월성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다른 쪽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괴담이라고 맞받는다. 이같은 논란은 앞서 월성 원전을 놓고 감사원이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고 밝히고 검찰이 수사 확대에 들어간 상황에서 불거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자력 진흥에 적극 나서는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 원자력 안전을 강조하는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를 지난 15일 줌으로 연결해 이번 논란에 대한 과학적 평가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과학자 직격 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은 토론 내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감정싸움에 가까울 정도의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번 논란을 놓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원안위 기준치 초과 아냐” “사업자가 내놓은 데이터”

-최근 월성원전 지하수 배수로 삼중수소 검출에 대한 팩트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용훈= 71만3,000베크렐/리터의 삼중수소수는 수집과 처리를 위한 집수정에 있던 것으로 그대로 배출된 것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희석 배출돼 배출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기준치를 18배 초과했다는 (민주당과 환경단체의 주장은) 틀린 이야기이다. 배출 전 농도를 배출 후 농도기준과 비교한 오류다. 또한 지하수라고 표현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로 오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지하배수로 배관 내부에 있는 물이고 규정농도를 만족시켜 배출한 것이다.

△이정윤= 삼중수소 배출로 지하오염이 확산된다는 것이고 이번 데이터가 제보로 공개됐다. 기기나 구조물에서 누설에 의해 발생하는 비계획적 배출이 문제인데 이번이 그렇게 됐다. 사안이 이런데도 원안위는 입을 다물고 있고 한수원 발표자료에만 의존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사업자는 불리한 데이터는 안 내놓는 특성이 있다. 검증된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정용훈= 한수원이 원안위에 보고한 사안이다. 액체폐기물 배출은 정기점검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사안이고 이상이 있다면 알릴 필요가 있지만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모든 것을 보도자료로 통해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변 중 삼중수소 농도 조사는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요청에 의해 한수원이 대학과 연구기관에 독립측정을 의뢰한 것이다. 1차와 2차 측정에는 서로 다른 기관이 관여하여 독립측정한 것이다. 측정결과, 피폭량이 미미해서 무시할 수준이다. 또한 월성 원전 주변에서 음용수 기준을 넘어가는 삼중수소가 나온 게 없다. WHO(세계보건기구) 음용수 기준이 1만베크렐/리터인데 측정 안되는 곳이 많고 측정되는 곳도 10베크렐/리터 내외가 나오고 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바나나 6개 먹었을 때 미치는 방사선량” “미량이라도 인체에 체류하며 악영향”

-검출된 삼중수소가 유해하다고 보나 안전하다고 보나, 각각의 근거를 국민 눈높이에서 설명해달라.

△이정윤= 일단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한 물질임이 분명하고 그 양은 아무리 미미한 양이라도 유해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가 월성지역 주민들에서 갑상선암이 타 지역보다 2.5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기 전에 납득할 수 있는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조사도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용훈= 삼중수소가 몸속에 들어와 몸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연간 0.6마이크로시버트이다. 이 정도의 생물학적 영향은 1년에 바나나 6개를 먹었을 경우 그 속에 있는 방사성 칼륨 등의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과 동일하다. 따라서 무시할 수준의 미미한 방사선 피폭량이고 증가하는 경향도 없다.

△이정윤= 인체의 삼중수소를 지금 소변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몸에 들어와서 (10일 내) 흘러나온다고 하지만 체류하며 단백질이나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삼중수소는 미량이라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용훈= 바나나와 멸치에도 칼륨-40이나 폴로늄-210과 같은 삼중수소보다 영향이 더 큰 방사성 물질들이 존재하고, 이들도 몸에서 빠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삼중수소만 특별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 칼륨도 폴로늄도 삼중수소도 적은 양이면 아무 영향이 없고 많은 양이면 영향이 있다. 현재 월성 주민들에게 삼중수소가 주는 영향은 매년 바나나 6개 정도, 멸치 1g 정도 섭취할 때 받는 피폭의 생물학적 영향과 같은 수준이다.

△이정윤= 그런 자연방사선과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를 같이 놓고 단순 비교할 수 있나. 근본적인 관점의 문제다. 주민안전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과학적 근거는 미약하다.

◇“과학적 영향 무시하고 혼란 초래” “정보 은폐하고 일부만 공개”



-원전 문제는 정치권, 검찰, 감사원까지 관여되며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과학적으로도 왜 이렇게 같은 팩트를 놓고 해석이 다른가?

△정용훈= 배출하지 않은 것을 배출하는 기준으로 적용해서 오해를 일으키고, 삼중수소 영향이 0.6마이크로시버트라는 정량적 양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위험을 주장하니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정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서에서 “모든 사람이 다양한 측면과 여러 위험과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과학적 토론에는 정직과 진실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계획의 법적 허용여부에 관한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정보를 은폐해 일부만 공개해서는 안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과학적 진실을 이해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서도 안된다. 삼중수소 영향이 0.6마이크로시버트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검증된 자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주민 암 발병률 등 데이터 자의적” “주민 불안감 가볍게 봐서는 안돼”

-2016년에도 월성원전 주변 삼중수소 검출 이슈가 있었고,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이 국민 평균치의 2.5배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하는 게 좋은가?

△이정윤= 이주를 요구하시는 분들도 있고 체념하고 사시는 분도 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고통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최근 연구에서 원전에 가까울수록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주민들의 갑상선암 환자도 같이 증가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솔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현명한 방법을 찾아가야 하며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감시 강화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근본적으로 누설원인을 찾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번 삼중수소 누설을 계기로 주민피폭 인과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역학 조사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

△정용훈= 원전 지역의 발병률이 전국 발병률 평균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전국평균보다 낮은 지방자치단체 3군데를 대조군으로 해 높다고 한 비교는 잘못된 것이다.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는데 평균 한참 밑에 있는 학생 몇 명 기준으로 내가 우등생이라고 하는 셈이다. 갑상선 암 발병률은 검진율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검진율을 고려해야 하고, 피폭량이 무시할 만큼 작아 인과관계도 없다. 삼중수소는 요드처럼 갑상선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원전 삼중수소 위험 부풀려져” “후쿠시마 삼중수소 오염수 방류 안돼”

-일본 정부가 2011년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안에 포함된 삼중수소를 거르지 못해 국제적 논란이 돼왔다. 후쿠시마 논란과 비교한다면 이번 사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정용훈= 부풀려진 삼중수소의 위험에 기반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해해야 풀린다.

△이정윤= 양쪽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동일하다. 다만 일본은 비계획적인 사고로 출발해 이번에 계획적으로 추가적인 배출을 의도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일본은 우려하는 주변국과 지역 주민을 위해 오염수를 자체 보관하는 게 맞지만 굳이 배출할거면 100년 정도 보관했다가 충분한 반감기를 거쳐 강도가 떨어진 다음 배출하는 것이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경주 월성 원전.


◇“주민 건강 중요하나 과도한 공포감 조성” “바나나·멸치논쟁 한심..지진·테러 대비 전면조사”

-오늘 가시돋힌 설전도 벌일 정도로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정윤= 이번 삼중수소 사건은 은폐되었던 것이 제보로 공개된 것이다. 지금 누출된 삼중수소 방사능이 (정 교수가 제기하는) 바나나 6개, 멸치 1g과 비슷하다는 식의 한심한 논쟁이나 하다가 막상 중요한 안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12년에 월성 1호기가 부실하게 수명연장 되었는데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매우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1982년 가동에 들어간 월성 원전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았으나 2017년 서울행정법원이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려 조기 폐쇄 결정이 난 상태다.) 전면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주민건강에 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월성 원전은 2016년 경주지진 사태에 따라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 지구는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고리 원전은 지난해 마이삭 태풍 때 6기의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해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원전은 앞으로 닥칠 태풍, 해일, 지각변동 등의 우려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테러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진에 취약한 월성원전 전반에 걸친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안전에 대해 제대로 된 경각심과 꾸준한 보강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바나나 6개와 멸치 1g 논란으로 이걸 놓치면 안된다.

△정용훈=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의 건강이다. 하지만 건강영향은 측정하고 있고 삼중수소 양도 미미하다. 절대로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해서는 안되며 위험이 임박한 것같이 얘기해도 안된다. 갑상선 암 증가 등의 주장도 타당성이 전혀 없다. 검진율의 영향이고 비교대상을 평균이하를 고른 것이기 때문이다. 남녀 차이가 없는 질병인데 남녀 차이가 나는 것 등을 봐도 잘못된 비교다. 주민 피폭량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고 경향은 증가하고 있는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현재 피폭량은 1마이크로시버트 내외 수준이며 증가하고 있는 경향도 아니어서 (삼중수소 등 방사선) 피폭과 주민 건강과는 연관성이 없다. 적어도 이점에 대해서는 상호 확인하고 주민에게 알린 다음 논의를 해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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