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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 좌담회<1>] "바이든, 보호무역조치 당분간 유지할 것"

19일 바이든 시대 한국 통상정책 대담회에서 허윤(왼쪽 첫번째부터) 서강대 교수,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본부장,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호재기자




“미국의 노동자가 , 미국 전체에서 만든다(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산업정책 슬로건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방에도 서슴지 않고 칼을 겨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에 나올 구절인 듯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 정책의 핵심이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경제신문은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경제통상 대사,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다음은 바이든 정부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사회=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대외 경제·통상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를 놓고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긴 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인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워낙 독특했던 탓이다. 어느 정도 변화는 있긴 하겠다만 한 국가의 대외 정책이 사실 하루아침에 급변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때처럼 개별 제품에 대한 관세 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대중 압박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항공기나 디지털 부문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과 대립관계도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정책은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은 독자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나섰다면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연대전선을 구축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자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를 파기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TPP를 활용해서 중국을 압박하지 않을까 싶다.

△최석영 경제통상 대사=전 정부의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중국에 대한 공세도 지속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에 대한 상당수 제재는 트럼프나 바이든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게 아니라 미국 의회에서 입법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행정부 재량으로 변화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 불공정 무역,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해선 민주·공화당 모두 공통되게 인식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 신자유주의가 ‘뉴 노멀(new normal)’로 여겨져 전세계적으로 확산했듯 이제는 각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주의가 뉴 노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의 경기를 살리는 게 중요해진 만큼 보호무역주의가 단기에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트럼프 전 정부가 설계했던 각종 보호무역조치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를 이유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겨냥해 비판을 많이 하긴 했다. 미국의 232조만 보더라도 이로인해 촉발된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해왔던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재검토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나 한미FTA 재협상 같은 보호무역정책을 돌발적으로 꺼내 들던 트럼프 정부 때와는 다를 것이다. 최소한 한미 간 대화를 거쳐 예측 가능한 보호무역 조치들이 취해질 것이다. 우리 정부로선 대응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사회=앞서 트럼프 정부는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꺼내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럴까.

△허 교수=바이든 정부는 미국 기업의 해외 생산활동에 대한 과세 방안을 이미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기업이 생산설비를 이전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이를 미국에 판매하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가 최대 28%의 법인세를 매기는데, 징벌적 과세로 2.8%를 더해 많게는 30.8%를 물리는 식이다. 오프쇼어링(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제한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최 전 대사=리쇼어링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쇼어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전 정부 때보다 탄탄히 다질 것이다. 우선 세제개편을 통해 국내 복귀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해외로 나가는 업체엔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2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국내 복귀 유인을 만들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경기가 활성화하면 미국에 투자하려는 우리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리쇼어링하는 미국 기업들 때문에 미국 내 경쟁은 격화할 수 있겠으나 미국 시장 소비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만큼 기회 요인도 크다는 것이다.

△박 전 본부장=바이든 대통령은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제조)’라는 경제 슬로건을 통해 미국의 공장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만든 첨단 제품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하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매달 몇 개 기업이 돌아오는지 집계를 하곤 했는데 바이든 정부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바이든 정부에서도 통상 정책이 비중있게 쓰일까.

△최 전 대사=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통상정책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세운 메이드 인 올 아메리카나 리쇼어링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국내 정책수단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허 교수=통상 정책은 미국의 모든 정책의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통상 정책이 중점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임명된 캐서린 타이는 취임 일성으로 “무역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무역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본부장=바이든 정부가 다른 내각 인사를 지명하기 앞서 USTR 대표를 발표한 것은 통상 정책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다. 그간 미국에서 신임 정부가 들어서면 주요 장관들을 차례로 임명하고 비준 절차를 거치는데, USTR 대표 인선은 거의 끄트머리에 이뤄졌고 관련 언론 브리핑도 안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문제가 만만찮은데도 통상 대표를 우선 지목한 것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상 정책이 갖는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바이든 대통령은 USTR 대표에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를 임명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박 전 원장=캐서린 타이를 USTR 수장에 앉힌 것은 중국 문제를 앞으로도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타이는 2007년부터 통상변호사로 7년여간 USTR에서 일하면서 미국과 중국간 소송을 주로 다뤄왔다. 2017년부터 미국 하원세입위원회에서 민주당 수석자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민주당의 통상 정책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최 전 대사=중국과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본다. 미국이 중국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협력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중국도 최근 타이 대표의 상대역 자리인 국제협상 대표에 위젠화 상무부 부부장을 임명하면서 양측이 무역협상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사회=미국과 중국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최 전 대사=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상 진행 경과를 보면, 1단계인 무역협상에 따른 중국의 물품 구매는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 신임 USTR 대표는 1단계 무역협상을 이행한 뒤 더 나아가 2단계 협상에 관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2단계 협상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식재산권 분쟁이나 산업보조금처럼 중국의 경제 시스템을 건드리는 문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타협을 보기 쉽지 않다. 인권이나 홍콩에 대한 탄압 같은 인권 문제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처럼 국가주권적 이슈에서는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노동과 환경의 영역까지 무역 의제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역시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회=미중 협상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박 전 본부장=기후변화처럼 전 세계적으로 큰 이견이 없는 이슈에 대해서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보조금 문제나 디지털 협정처럼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쪽을 택할래’라는 식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허 교수=미국은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복수의 동맹국들과 함께 스크럼을 짤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동참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봐야 한다. 예컨데 디지털 부문 협정의 경우 손에 쥔 데이터의 양에 따라 디지털 사회에서의 힘이 결정되는데 지금은 미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이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자국 주도의 디지털 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들 기업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최 전 대사=디지털 분야에서 주요 쟁점은 데이터의 역외 저장과 이전을 허용할, 서버를 해외에 둔 업체에 어떻게 세금을 물릴지 등이 있다. 현재 중국 뿐 아니라 우리는 국경 안에서 데이터 처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보면 상당이 뒤쳐져 있는 모습이다. 미국이 앞으로 추진할 협정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 최근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디지털 부문을 보면, 디지털 부문에서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 담겨있다.

/정리=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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