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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삐걱대는 요기요 매각…기업가치 2조→1조 원으로 '뚝'

모건스탠리 주관사 선정

배달기사 이슈 부담 롯데·신세계·현대白 부정적

1위 배민과 격차 부담..80% VS 19%

中알리바바·메이투안 등 나설 지 주목





요기요가 본격적으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경쟁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에 영업 기밀인 사업 노하우가 모두 공개된 데다가, 인수와 동시에 경쟁 사업자에게 돈다발을 쥐어주는 기형적 구조의 거래인 탓이다. 당초 2조 원으로 예상되던 몸값도 1조 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하는 곳은 아직 없는 상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요기요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당초 관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던 롯데와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원매자 찾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기존 보유한 요기요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이들 업체의 시장점유율(연간 거래액 기준)은 지난해 △배달의민족 78% △요기요 19% 수준이다. 1·2위 사업자가 합병할 경우 독과점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요기요에 대해 신선식품 배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근거리 배송(라스트 마일)을 늘리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배달 업체를 인수해 시너지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조 단위로 예상되는 몸값을 감수할 만큼 실탄도 넉넉하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모두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업 인수 자문을 하는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배달 기사들의 노동법 이슈가 불거지면서 국내 대기업이 배달 플랫폼을 직접 인수하기엔 어려워진 분위기"라며 "관련 규제와 직원 처우 비용 등을 생각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모펀드(PEF)들도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조직을 단기간에 변화시켜 성과를 내야 하는데 배달업 특성상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포인트가 적기 때문이다. 단순히 CEO와 CFO 등을 선임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 깊숙히 관여해 시장의 주력 플레이어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 폭이 큰 탓에 통상 5~7년인 엑시트(투자자금 회수) 기한도 맞추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도 마찬가지다. 1위 사업자와 격차가 큰 만큼 굳이 거액을 주고 인수할 이유가 적고 라이더스가 있는 배민과 달리 요기요는 배달기사들이 대부분 아웃소싱이라 추후 백본(backbone·소형 회선에서 데이터를 모아 빠르게 전송하는 대형회선) 투자 등 자금 소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 자체가 기형적인 만큼 요기요가 제 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인수자로선 연간 11조 원 규모의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드는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이자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 손에 거액의 돈다발을 쥐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배달업종은 무엇보다 사업 노하우가 중요한데 이 역시 경쟁사에 모두 노출돼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업고 단일배송을 강점으로 덩치를 키우는 쿠팡이츠의 약진도 부담이다. 당초 딜리버리히어로가 제시한 요기요 몸값은 약 2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PSR(주가매출비율)을 2~3배로 반영한다고 해도 매각가격은 약 6,000억~7,000억 원 수준이 적정해 보인다"며 "많아야 1조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지지부진한 인수전에서 해외 원매자의 등장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자본을 갖춘 글로벌 사모펀드나 동남아의 그랩, 중국 알리바바나 배달 앱 메이투안 등이 국내 배달 앱 시장에 들어와 라이더와 인프라를 충원하는 등 자금을 쏟아 부어 딜리버리히어로·쿠팡과 맞붙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M&A 업계 관계자는 "급속도로 성장한 배달 시장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며 "공정위의 의도와는 달리 해외 원매자가 들어와야 성사될 딜"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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