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판지 수요가 택배 물량 급증 등으로 폭발하면서 원재료인 골판지원지(사진) 공급난이 여전한 가운데 골판지원지업체들이 설비 증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골판지원지의 수출자제, 신문용지업체의 골심지(골판지원지의 일종)생산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제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공장 화재로 초지기가 2대가 소실됐던 대양제지는 설비 구축 규모를 이전대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등도 골판지원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설비 증설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초지기의 대당 가격이 1,500억원에 달해 순차적으로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현재의 공급난이 명절 특수에 따른 일회적 공급난보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 이미 골판지원지 생산업체들은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물량을 월 1만5,000톤 가량 줄였다. 여기에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등 신문용지업체마저 설비 변경을 통해 생산 대열에 합류했다. 그 결과 대양제지 화재 전 수준(월 49만톤)까지 골판지원지 생산량이 회복됐음에도 부족량은 월 2만~3만톤 가량에 이른다. 수출 물량을 원상복귀시키고 공급 부족에 따른 재고 확보 심리마저 일어나면 부족량은 더 커질 수 있다.
골판지원지 수입도 마땅치 않다. 비대면 경제활동이 많아지면서 골판지원지 수요가 늘고 있기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탓이다. 골판지 업계의 한 임원은 “예전 같으면 골판지원지를 주문하고 받아보는데 3~4일 걸렸는데 지금은 15일 이상 걸린다”며 “심리적 요인에 의한 가수요까지 생겨 공급난이 좀체 잡히기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골판지원지 기업들이 공히 설비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영업이익률이 10%대 중반이나 돼 알짜 제조업으로 통하는 이들 업체들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비상할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골판지원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폐지 공급난마저 우려한다. 제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폐지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폐지가 남아돌 것으로 봤는데 동남아 수출이 늘고 있고 신문용지 업체도 골심지 제작에 나서면서 폐지 수급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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