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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맥 빠진 바이든 외교정책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국내 정책엔 담대한 대응 불구

對中·이란·정책은 바뀐 것 없어

대외정책 공화당 눈치 보지 말고

위험도 마다 않는 대범함 보여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며 집권 1기를 시작했다. 미국이 직면한 핵심 이슈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정면으로 대응했고, 경제 회생을 위한 크고 대담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아마도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경험을 통해 핵심적인 교훈을 터득한 듯 보인다. 공화당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헛된 희망에 매달려 공연히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대담한 상상력과 용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8년 간의 체험 학습을 통해 그가 깨우친 교훈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이고, 자신만만한 태도는 국내 정책에서만 드러난다. 외교 현안들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우유부단하고, 어딘지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한마디로 공화당 비평가들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발을 빼자 바이든과 그의 보좌관들은 이를 심각한 외교적 실수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중동 지역의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게 당시 바이든 진영의 반응이었다. 핵 협정으로 이란을 박스 안에 가둬 두면서 핵 개발 프로그램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었는데 미국의 탈퇴로 협정의 틀 자체가 흔들리면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 대해 바이든이 일관되게 취한 태도로 보아 일단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기만 하면 이전의 협정을 되살릴 방도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신임 국무장관과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란 핵 협정 재가입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란이 협정을 준수한다는 입장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까다로운 이슈를 피해가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외교 협상을 통해 양국이 동시에 협정에 재가입하는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관리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이란 핵 협상에 직접 참여했고, 협정을 체결한 후에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최상의 거래였다며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금 와서 그들의 평가가 바뀐 것인가.

증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현 행정부는 트럼프 식의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리려 애쓴다. 미국 측이 공개한 바이든과 시진핑,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의 첫번째 통화 녹취록은 외교 문건이라기보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 작품의 대본을 연상케 한다. 녹취록은 “강압적” “불공정” 등의 비 외교적 단어들과 함께 “중국에 안정을 위협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 발언까지 담겨 있다.

바이든의 대선 캠프는 트럼프가 벌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미국인들의 돈과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습하기 힘든 참사’로 묘사했다. 지난해 8월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트럼프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No” 라는 대답과 함께 트럼프의 중국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새로운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관련 정책은 단 한 건도 바뀌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 대 중국정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에 박힌 대답으로 일관했다.



쿠바 정책도 마찬가지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의 쿠바 정책을 맹렬히 공격하면서 쿠바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접촉을 확대하는 오바마 시절의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고립과 제재를 골자로 10년간 유지된 채찍 정책보다 당근을 앞세운 오바마의 접근법이 쿠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책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4년 간 바이든 측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재앙’이라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지금쯤 바이든 팀은 트럼프의 모든 대외 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어야 한다. 그러나 새 행정부의 외교팀은 아직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필자는 바이든 외교팀이 적대국에 대해 지나치게 온건하다는 공화당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치가 아닌 내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새 행정부의 약점을 알아챈 공화당은 이란 핵 협정의 부활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성공할 경우 공화당은 이를 그들이 거둔 외교적 승리로 선전할 것이다.

미·중 관계에 대해 트럼프의 고위 보좌관이었던 클리프 심스는 거친 말이 오간 바이든과 시진핑의 통화 녹취록은 가짜라며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과의 거래를 통해 이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민주당이 납세자들의 혈세를 중국 공산당에 넘겨주려 한다고 비난했다. 장담하건대 바이든이 제 아무리 강경한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과 탐 카턴 상원의원(공화-아칸소), 폼페이오는 대통령이 중국이 비위를 맞추려 든다고 비난할 것이다.

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외교 정책을 입안할 때 공화당의 비난에 지레 겁먹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린든 존슨은 공산주의의 확산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공화당의 비난이 두려워 50만 명의 미군을 베트남에 투입하는 실수를 범했다. 9·11 테러 이후 민주당은 ‘애국법(Patriot Act)’과 이라크전을 지지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세 개의 퍼플 하트 무공훈장을 받은 존 케리(민-매사추세츠) 당시 상원의원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승인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공화당은 2004년 대선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존 케리를 겁쟁이로 매도하며 그의 군 경력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 빈 라덴 사살, 이란 핵협정, 쿠바에 대한 문호 개방,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외교 분야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초당적 집단 사고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위험 부담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공화당이 내건 조건의 틀 안에서 외교 정책을 수행하기를 거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팀은 대단히 지적이고 유능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오바마의 외교정책 입안 및 수립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런 그들이 과거 자신들이 거둔 성과를 믿지 않는 것인가.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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