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 혐한(嫌韓)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보수층의 의향을 살피는 정권 내에서 혐한 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외교에 관여하는 정부 소식통은 "한국은 이상하다. 약속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발언하며 한국을 깎아내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의 정의용 신임 외교장관과는 "'춥네요' 정도밖에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자민당 보수계 의원들 사이에선 "돕지 않고, 가르치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다는 '비한(非韓) 3원칙'으로 가자"(중견 의원)라는 등 한국 멸시로 비춰질 수 있는 말도 들려온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강창일 신임 주일본 한국대사에게도 차가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22일 부임한 강 대사는 2주 자가 격리를 끝낸 이달 12일 일본 외무성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을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한 상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당초 강 대사의 자가 격리가 끝난 직후인 이달 8일 아키바 차관과 면담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했지만, 면담 직전에 일정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강 대사 측에 전했다. 당시 일본 정부 내에서는 "차관이 격리를 막 마친 강 대사를 바로 만나면 일본과 한국이 사이가 좋다는 인상을 준다"(외무성 간부)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한편 강 대사가 언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만나느냐가 향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남관표 전 대사는 부임하고 4일 뒤 당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12일 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 대사와 스가 총리의 면담 일정 조율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한일 정세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자세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역사 문제를 반복하는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서 "한국에 반발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붙잡아두고 싶은 스가 정권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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