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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하여

임재원 국립국악원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판소리는 17세기 중·후반 무렵에 전라도의 무속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판소리는 당시 광대 집단에 의해 형성된 음악이었지만 이내 양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송흥록·염계달·박유전과 같은 명창들은 임금 앞에서 소리를 하고 벼슬까지 하사받았다. 이들에게 부여된 ‘어전광대’ 또는 ‘국창’이라는 칭호는 당대 판소리와 명창들의 위상을 가늠하게 한다.

이후 판소리는 잠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듯했으나 최근 이날치 밴드의 등장으로 다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높인 만큼 이제는 판소리가 더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판소리 그 자체를 알리는 것이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정통 판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친숙한 형태로 변형된 콘텐츠를 통해 판소리의 존재 자체를 인식시키는 것이 좋겠다. 우선 외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국어로 된 판소리 소개 영상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의 고유한 세계관에 기초하면서 전통미를 극대화한 음악극을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는 판소리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아온 대목들을 ‘눈대목’이라고 한다. 이 눈대목 중에서도 외국인이 듣기 쉬운 대목을 묶어 음원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이 여러 한문과 고사가 섞인 노랫말을 이해하기란 무척 어렵기에 외국어로 번역한 공연용 자막과 해설서 마련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외국인이 판소리를 배울 기회를 확대해 해외에 전문 소리꾼과 고수를 파견, 현지 지도와 공연 활동 지원도 해줄 필요가 있다.

판소리의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국내외 대중음악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판소리 작곡 아카데미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 음악이나 게임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판소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날치 밴드의 이름은 조선 시대 동명의 명창에게서 따왔다. 최근 이 밴드의 인기 속에 이날치가 재조명되면서 그의 고향인 담양군에는 이날치에 대한 문의 전화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 언론에 따르면 쇄도하는 문의에도 이들이 내놓을 수 있는 자료는 기념비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판소리와 이 장르에 대한 관심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판소리를 통해 한국 전통 예술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하며 안주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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