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최소 5,000억원대에 달하는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의 재산과 기부 형태로 미뤄보면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딜리버리히어로 주가가 오르면 앞으로 기부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세계적인 기부 단체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김 의장 부부를 회원으로 인정하고 이들 부부의 서약서를 공개했다.
서약서에서 김 의장은 자산의 절반을 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최소 5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김 의장의 기부가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김 의장의 자산이 변동할 여지가 있어 기부 규모는 유동적이다. 김 의장이 우아한형제들을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하면서 받은 이 회사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앞으로 기부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장은 “저와 제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며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꿨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이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동참했다. 기빙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 약속과 선언 형태로 이뤄진다. 김 의장은 수개월에 걸친 가입절차 끝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에서 219번째 기부자가 됐다. 한국은 세계 25번째, 아시아에서 7번째 기빙플레지 서약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현재 24개국, 218명(부부·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빙플레지 통해 기부 선언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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