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외에도 외지인 다수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이 37건 추가로 확인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사례에는 지난 2일 참여연대·민변의 첫 폭로 당시 언급된 인물들을 비롯해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외지인이나 농업 목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대출을 받은 경우가 포함됐다.
참여연대·민변은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으로 농지가 있는 시흥과 거리가 먼 9건을 투기 의심 사례로 꼽았다.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 소유하거나, 충남 서산·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가진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례도 7건이었다. 실제로 이들이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경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민변의 설명이다.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경우도 18건 확인됐다. 참여연대·민변은 "채권 최고액이 4억원이 넘는 경우 적어도 월 77만원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토지 소유자들이 주로 자금을 빌린 은행은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민변은 대출 적정성과 관련한 관할 행정기구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지를 매입해놓고 농업과 다른 용도로 건물 부지 등으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도 4건 있었다. 면적이 891㎡인 한 농지(답)는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활용됐다. 소유자는 경기 광명시와 경북 울릉군에 각각 거주하는 2명으로 확인됐다. 2,876㎡짜리 농지(전) 1 곳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펜스를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장기간 땅을 방치한 사례들도 있었다. 지난 2일 발표된 LH 직원들의 투기 사례에서 확인된 것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공동 매입 사례도 추가로 확인됐다.
참여연대·민변은 "토지 소유자들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농지 취득 경위·자금 출처·대출 과정의 정당성과 차명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3년간 과림동에서 매매된 전답 131건 중 3분의 1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며 "수사범위를 3기 신도시 전체는 물론 최근 10년간 공공이 주도한 공공개발사업에 농지가 포함된 경우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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