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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변신, 새 수익원 될까 임시처방 그칠까

코로나 여파로 관객 수 줄어들자

라이브 밴드·뮤지컬·북토크 상영

"플랫폼망 넓혀 새 먹거리로 활용"

"관객 규모 차이 커…한시 이벤트"

이유있는 외도에 평가는 엇갈려

밴드 새소년의 CJ문화재단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공연 모습. /유튜브 티저 영상 캡처




# 우주선 내부를 연상케 하는 세트 위로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보컬·기타), 박현진(베이스), 유수(드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해 나온 앨범 ‘비적응’에 수록된 7곡을 쉼 없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생생한 무대를 만끽하는 관객은 공연장이 아닌 영화관 좌석에 앉아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극장 개봉한 CJ문화재단의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상영 현장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영화와 밴드의 콘서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중음악 콘텐츠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나 트로트 가수의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틀었던 경우는 왕왕 있지만 국내 밴드의 공연을 극장에서 개봉하는 건 이례적이다. 첫 타자로 밴드 새소년과 기프트가 출연한 1시간 분량의 작품이 각각 21일까지 상영되는 가운데 일부 회차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CJ문화재단에서 공개한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에서 밴드 기프트가 공연하는 모습. /유튜브 티저영상 캡


새소년의 영상은 기타 줄을 오가는 손가락은 물론이요, 멤버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도 생생하게 잡아냈다. 각 곡을 원 테이크로 담아내 공연의 연속성을 반영했고, 곡의 그루브에 맞춰 구도에도 변화를 줬다. ‘심야행’처럼 거칠고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가 강조되는 곡에서는 연주하는 모습에 따라 카메라도 흔들렸고, 내지르는 보컬이 나올 땐 이를 부각했다. 특히 메인 카메라는 보컬 황소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가 순식간에 무대 전체를 조망하는 등 역동적인 워킹을 선보였다. 전반적 소리 역시 곡의 특징에 따라 영화관의 입체적 음향에 맞춰 생생하게 전달했다. 새소년이 평소 공연을 할 때마다 발산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2월 영상 문법을 적용해 개봉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왼쪽)와 오는 19일 개봉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극장판 포스터/사진=서울예술단, EMK




스크린을 통한 ‘색다른 만남’은 이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미스터트롯 TOP6’ 콘서트가 작년에 극장에서 개봉했고, 걸그룹 아이즈원은 13~14일 열린 온라인 단독 콘서트를 극장에서 생중계했다. 대표적인 ‘현장 라이브 장르’였던 뮤지컬도 영상 문법을 입고 잇따라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극장판이 지난달 개봉했고, ‘몬테크리스토’도 2D와 4DX 버전으로 오는 19일 개봉한다. 이처럼 장르도, 내용도 각기 다른 행사가 모두 영화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났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절실해진 관련 업계가 장르 간 장벽을 허물고 신규 콘텐츠와 유통 플랫폼을 확장하고 나서면서 ‘영화관 용 뮤지컬’, ‘극장판 라이브 콘서트’ 같은 다양한 복합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국내 영화 시장 관객수 연도별 추이/자료=영화진흥위원회


새로운 흐름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대형 극장들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개봉작) 부족’과 ‘관객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지자 영화 외의 대안 콘텐츠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기존의 영화 상영만으로는 지금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 시장 관객 수는 5,952만 명으로 2019년(2억 2,668만 명)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작 가뭄과 관객 감소는 곧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OTT 플랫폼의 가세로 가뜩이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영화관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공연계도 유통 채널 확대를 위해 영화관과의 동행에 나서고 있다. 전국 점포 망을 갖추고,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있던 대형 극장은 대면 공연의 손실을 보완하면서도 공연의 생생함을 담보하며 유료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창구를 찾던 공연계에겐 매력적인 상대다. 이처럼 ‘콘텐츠 확보’, ‘유통 채널 확대’라는 각각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며 극장 내 영화 외 콘텐츠 상영은 빠른 속도로 장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CGV는 지난해 6월 ‘아이스콘팀’이라는 별도의 대안 콘텐츠 개발 팀을 꾸려 오페라·뮤지컬·클래식 공연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북 토크, 루브르 박물관 특별 기획전 상영을 진행했다. 롯데시네마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약식을 맺고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경기를 전국 10여 개 상영관에서 생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이런 시도들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쪽은 그 이유로 수익성을 꼽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금은 빈 극장을 채우기 위해 뭐든 시도하는 시기”라며 “(영화와 비교했을 때) 타 장르의 극장판이 관객 규모에서 큰 차이 나기 때문에 ‘대안’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색다른 장르 간 조합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조치일 뿐 펜데믹이 누그러지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한계가 분명했던 장르 별 콘텐츠와 유통망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콘텐츠가 장르와 플랫폼을 바꿔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것은 ‘대체’가 아닌 ‘확장’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영화든 공연이든 기존 장르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운 플랫폼에서 선보임으로써 소비자에게 확장된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면 충분히 부가가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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