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샅바 싸움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양측이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 등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단일화 시한으로 정한 19일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인 오는 29일까지 단일화 협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17일 양측 실무협상단은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에서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유무선 전화 비율 등에서도 여전히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날까지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면 야권 단일 후보 등록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양측은 이날부터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19일 단일 후보를 결정해 등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이 최근 ‘박영선 대 오세훈’ ‘박영선 대 안철수’ 등 ‘가상 대결’ 방식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측은 기존에 논의하던 적합도·경쟁력 조사가 아닌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이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을 막판에 꺼내 고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협상 데드라인이 29일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새어나오고 있다. 29일까지 단일화에 실패하면 일단 투표용지에는 ‘1번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2번 국민의힘 오세훈’ ‘4번 국민의당 안철수’ 등 세 칸이 만들어진다. 다만 29일 전에 야권의 양 후보 중 한 명이 사퇴하면 해당 후보의 기표란에 붉은색으로 ‘사퇴’가 명시된다.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인쇄 이후 단일화가 이뤄지는 것을 최악이라고 했을 때 인쇄 이전의 단일화는 그나마 차악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투표용지에 두 사람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단일화’ 그림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9일까지 10여 일간 또다시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질 경우 양측의 공동 선거운동 기간도 짧아지게 된다. 결국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양 후보 중 어느 한쪽이 단일화 이슈로 대중의 관심을 잡아두려는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을 벌면서 양측의 여론조사 격차가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여론에 의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야권에서는 단일화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승적 합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치킨게임을 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오늘 후보 두 분이 직접 담판해서 단일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야권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해도 대선에 나가지 않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노력한다면 승패에 상관없이 우리를 국민들께서 인정해주시고 다음 역할이 주어지지 않겠느냐고 (오 후보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그 역할이 대선 아니냐”고 재차 묻자 안 후보는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기대하시는지에 따라 엄숙히 그것을 수행하겠다”고 답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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