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성공 신화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3위인 핀둬둬의 황정(41) 창업자 겸 회장이 조기 퇴진한다. 회사 경영자의 퇴진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황 회장의 경우 그의 나이가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같은 전자상거래업계 선배인 마윈의 어려움을 본 그가 일찌감치 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마윈과 달리 회사 지배주주의 권리까지 모두 포기하면서다.
18일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황 회장은 전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더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직책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작년 7월 겸직하던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났는데 이번에는 회장 직도 내놓은 것이다. 후임 회장은 현 CEO이자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천레이가 맡는다.
황정은 지배주주의 권리도 내려놓기로 했다. 작년 7월 기준으로 황정은 직접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쳐 29.4%를 통제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회사 이사회에 위임하기로 하면서 핀둬둬 경영에 아예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핀둬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 식품 과학 및 생명 과학 영역의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의 퇴임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나이 때문이다. 1980년생인 황정은 올해로 41세에 불과하다. 마윈은 지난 2019년에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나이가 55세였다. 마윈은 당시에도 조기퇴임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그 직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마윈을 만난 당시 66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왜 그리 젊은 나이에 퇴임하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덜 알려졌지만 중국 현지에서 핀둬둬는 알리바바 급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평가된다. 작년 실적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핀둬둬의 연간 활성 이용자는 7억8,884만명이었다. 이용자만 본다면 이미 알리바바(7억7,900만명), 징둥(4억7,200만명)을 추월한 셈이다.
이는 2015년 핀둬둬가 창업한 지 5년만에 이룬 성적이다. 핀둬둬는 대도시의 중산층 이상 고객에 집중하던 알리바바와 징둥과 달리 중소 도시와 농촌 지역의 서민층 고객들을 주 타깃으로 잡아 대성공을 거뒀다.
전날 뉴욕증시의 나스닥 종가를 기준으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1,832억달러(약 205조원)이다. 덕택에 황정도 거부가 됐다. 중국 후룬리포트가 집계한 2021년 부호 명단에서 황정은 690억 달러(약 77조원)의 재산을 보유해 생수회사인 농푸산취안의 중산산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에 이어 3위였다. 마윈은 4위에 기록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정의 이례적 조기 퇴진은 중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마윈이 지난해 말 공개연설에서 중국 금융감독 당국을 작심하고 비판한 후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인터넷 공룡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한 네티즌은 “(황정의 조기퇴진을) 마윈도 찬성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중국 권력기구 중의 하나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지역대표인 것과는 달리 황정은 아무런 공공 직위가 없다. 중국 정부의 눈밖에 난 마윈 조차도 공산당원이지만 황정의 당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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