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은 공동기획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4050 여성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난 15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토투컴퍼니’라는 회사를 창업한 남수미 대표님입니다. ‘토투컴퍼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Pia)’를 론칭하고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남수미 대표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Pia), “월경일에도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대표님!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토투컴퍼니 대표 남수미입니다. 토투는 불어로 거북이를 뜻하는 데요. 여성 그리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거북이가 바다에서 100년 살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 토투컴퍼니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현재는 토투컴퍼니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여성을 위한 생리대 ‘피아'를 론칭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토투컴퍼니의 첫 번째 제품으로 왜 생리대를 선택했나요?
"토투컴퍼니가 집중하는 여성과 환경 중에서 ‘피아'는 여성에 더 집중한 제품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경이 반갑지만은 않았고 기본적인 생리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숨기고 쉬쉬하는 문화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공동 창업자인 친구는 싱가포르에서 회사 생활을 오래 했는데 싱가포르의 습기 높은 날씨 때문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민감해서 유럽산 유기농 생리대를 주로 사용했었는데 흡수력이 안 좋아서 새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실제로 생리대와 관련된 불편함을 직접 겪다 보니깐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생리대 피아를 만들었죠. 앞으로 피아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해서 구독이나 건강관리 플랫폼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피아는 기존 생리대와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기존 생리대는 하얗고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아는 활동적인 현대여성을 위해 만든 제품이에요. 어떻게 하면 생리대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어디서나 편하게 꺼낼 수 있는 패키지와 흡수력을 생각했어요. 좋은 성분은 기본이고요.
얇지만 높은 흡수력을 위해 많은 테스트와 연구를 반복했고 1.25mm라는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얇은 형태로 제작했어요. 또 민감한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성분과 안전성 부분에서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 공동창업자도 싱가포르에 계시고 피아 제품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다른 국가에서도 생리대를 꺼내거나 이야기하는 걸 숨기는 인식이 있나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비슷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생리용품 구매 시 내용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주는 것을 거부하는 #NOBagForMe 해시태그 프로젝트도 있었어요.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비슷한 인식이 많은 것 같아 아시아 시장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피아를 통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요?
"일단 생리대 시장에서 공포 마케팅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피부에 닿는 민감한 제품이니깐 성분을 역이용해서 특정 성분이 포함되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이런 부분 때문에 마지막까지 제품 설계할 때 고분자 흡수체(SAP)를 넣을지 말지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성들의 활동성을 위해서는 흡수력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SAP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상황이었고 그래서 SAP과 관련된 논문을 다 찾아봤어요. 논문을 찾아보니깐 실제로는 인식처럼 유해하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유럽산 유기농 기저귀에도 사용되고 미국 환경 보호청(EPA) 기준에 따르면 오히려 일상에서 먹는 설탕보다도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SAP을 제외하고 흡수력을 낮추기보다는 여성들의 활동에 더 포커싱을 맞춰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월경에 대해 부끄럽거나 쉬쉬하지 않는 인식 변화를 도울 수 있고자 패키징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 제품이나 서비스 확장 계획도 있나요?
“피아를 작년 5월에 론칭했는데요. 일단은 피아에 집중하면서 시장 확대를 하고 올해 안에 여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토투컴퍼니 철학에 맞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올해 안에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새로운 일상 “엄마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 자녀가 있는 여성 창업가분들이나 직장 다니면서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다른 창업자분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회사 다닐 때는 퇴근 전까지는 시간을 쓸 수 없어서 새벽 시간을 많이 활용해서 창업 준비를 했었던 것 같아요. 새벽 시간이 가장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니깐 아예 5시나 4시에 일어나서 일하거나 아이들 자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활용했어요.
지금은 월요일, 금요일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어요. 월요일에는 한 주 계획을 세팅하고 현안에 대해서 논의해요. 다른 요일은 재택으로 각자 업무를 하고 금요일에 다시 만나서 이번 주에 일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를 공유합니다. 중간마다 회의가 필요할 때는 줌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회사 구성원이 모두 여자이고 워킹맘들도 있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서 일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근무 시간은 기본적으로 9시부터 6시까지 정해져 있지만 비대면과 재택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그런 라이프스타일에 일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유동적으로 근무하는 환경이에요. 저도 어제 아들 졸업이라 근무 시간을 조율해서 졸업식에 다녀왔어요."
- 공동 창업자인 김지영 대표님은 싱가포르에 계시는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예전보다 비대면이 활발해지고 있고 업무 툴도 많아지다 보니 소통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협업툴로 콜라비(collabee)를 쓰고 있는데 콜라비 통해서 매일 소통하고 한 달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정도는 줌으로 회의도 진행하고 있어요.
- 10년 이상 어느 정도 루틴이 정해진 회사 생활을 하셨고 또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재택근무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오래 한 만큼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저한테 너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저만의 루틴을 딱 지킬 수 있는 이유가 오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든 습관들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재택근무를 해도 공간만 달라졌지 루틴은 비슷한 것 같아요.”
- 아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집에서 일할 때 자연스럽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제가 일하고 있으면 아이들도 “엄마 일하는 거야? 피아 파는 거야?” 이러면서 엄마가 일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더라고요. 엄마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고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만큼 회사 다닐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회사에 다닐 때는 월급이 나오지만 피아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고 제조업이다보니 아침에 판매량이나 매출과 같은 숫자를 보면서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의 요동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아주 작더라도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작년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요.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3~4km 달리고 하루를 시작하면 작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 한 달 50km 정도 뛰는 게 목표인데 작년부터 꾸준히 그래도 매달 50km씩은 달리고 있어요.
주관식으로 살아가고 싶어 선택한 새로운 도전, 창업
- 15년 이상 대기업 홍보 업무를 담당하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2004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홍보 업무로 15년 정도를 근무했어요. 결혼과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아이와 또 아이를 돌봐주는 어머니까지 희생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또 그동안 인생을 사회가 정해준 사지선다만 선택하면서 객관식으로 산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잘 맞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앞으로는 주관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회사 생활도 잘했고 일에 대한 욕심도 컸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내 힘만으로는 다할 수 없는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마지막 회사에 다니면서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고 그 시간 때문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줄어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홍보 업무를 오래 한 만큼 홍보 관련된 일을 프리랜서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친한 친구가 1년 정도 먼저 창업을 했어요. 그 친구를 통해서 예비 창업자 패키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창업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위해 준비를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너무 매력적인 거에요. 그렇게 2019년도 예비 창업자 패키지에 선정되며 친구인 김지영 대표와 함께 토투컴퍼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 홍보 쪽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오고 있었는데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두려움 혹은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물론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가 보수적이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조금 지양하는 분위기였어요. 저는 도전적이고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데 그런 걸 느낄 수 없어서 많이 답답했었죠.
주관식 인생을 살고 싶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육아휴직을 하던 중에 예비 창업 패키지에 선정되었고 시제품 제작부터 클라우드 펀딩까지 준비까지 하다 보니 직접 발로 뛰면서 제대로 제품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하다 퇴사를 결정했어요.
물론 돈으로만 따진다면 회사를 다니는 게 훨씬 좋겠지만, 더 늦으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고 이제는 정말 승부수를 걸어봐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마음이 창업으로까지 이어진 거죠.
창업을 준비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과정도 재밌었고 힘들 때도 물론 있었지만, 마음 맞는 친구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들이 돈보다 가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친한 친구와 함께 창업을 시작해서 더 든든했을 것 같아요.
“네 함께 창업한 친구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업사원으로 일했는데 영업을 정말 잘했어요. 그러다가 MBA를 프랑스로 다녀와서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죠. 친구도 도전적이고 열정적이라 열심히 했는데 육아휴직 후 회사에 돌아오니 상사가 해고된 상황이었고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회사를 나오게 되었어요. 저도 그 당시 육아휴직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보내던 차라 비슷한 상황으로 뭉쳐서 창업을 시작하게 된 경우인 것 같아요.”
- 사회생활 후 창업을 시작한 만큼 밀레니얼 세대 창업자와 비교했을 때 대표님만이 가진 무기가 있을까요? 아니면 더 빨리 창업을 준비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을까요?
"더 빨리 창업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마음의 근육도 많이 생겼어요. 그런 내공이 밀레니얼 세대 창업자와 다른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보다 어릴 때 창업을 했더라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망하거나 위축될 때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상황이나 실패에 마주하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유연하게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이 아직 주변에 계셔서 그런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여러모로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 정도로 끌고 가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문서도 많이 접하고 보도자료도 많이 쓰니깐 예비창업자 패키지 준비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됐죠. 예비 창업자 패키지가 만 39세라는 제한이 있는데 저는 딱 적절한 경험치를 가지고 창업을 한 것 같아요."
- 회사에서도 리더로서 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면 회사 내에서의 리더십과 창업자로서의 리더십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지만, 창업을 시작하고 최근에 새로운 팀원들이 합류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하고 있어요. 모두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팀원이 많지는 않지만 작은 조직이 기민하고 빠르고 영리하게 움직이려면 원활한 소통이 필요해요. 모든 의견을 수렴할 수는 없지만, 의견을 잘 취합해서 발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팀원 모두 추진력 있게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회사 다닐 때와 비교했을 때 창업자로서의 각각 장단점이 있지 않나요?
"창업은 내 일을 한다는 것, 나의 열정이 있는 지점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죠. 무엇보다도 엄마로서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매번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려웠어요. 회사에서는 한 가지 직무로 오랫동안 일을 했었기 때문에 사업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았거든요.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크더라고요.
처음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참 많았는데, 그때마다 스여일삶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부지원사업 클래스도 하게 되었고요.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어 다른 분들은 저보다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 좋겠어요."
- 창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이슈가 있었다면?
"저희가 처음에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했던 사업 아이템은 생리대가 아니라 아기 기저귀였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버려지는 기저귀가 너무 많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환경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바로 변기에 버릴 수 있는 친환경적인 기저귀 아이템으로 사업에 선정되었고 이를 제품화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나라의 배관 구조상 기저귀를 변기에 버리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로 다른 아이템을 찾고 사업 계획을 바꿔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고민하고 연구했던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지만, 이건 포기가 아니라 잘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놓고 언젠간 꼭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낼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고 빠르게 다른 해결을 찾아보려 하는 것도 오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단련된 것 같아요. 20대의 나였다면 좌절하고 바로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행히 저도 공동 창업자 친구도 이런 일쯤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공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더라고요. 힘든 상황이었지만 큰 스트레스 없이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만들고 처음 고객을 만났을 때 정말 기쁘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나 고객의 피드백이 있으신가요?
"제품이 나온 지 1년이 안 되긴 했지만, 벌써 저희 제품만 쓰시는 고객분들이 생겼어요. 주문 내역에 익숙한 이름이 보일 때마다 너무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죠. 저랑 제 친구의 시각에서 여성의 불편함을 최대한 해소하려고 했지만, 여성들이 월경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요소가 생각 이상으로 더 많다는 것을 여러 고객분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런 피드백들 속에서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중에 한 분은 생리대 알러지가 있는 분이었는데 그분이 어떤 걸 써도 힘들었는데 저희 제품을 쓰고 한 번도 트러블이 생기지 않았다면서 장문의 후기를 적어주신 분이 있었어요. 사실 저희가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초 예민 피부를 위해서 만든 제품은 아니었고 단지 ‘기본은 지키자’는 마음으로 제품을 기획했거든요.
피부에 닿는 제품인 만큼 안전하게 유해 물질 없이 만드는 것, 새지 않도록 흡수력을 높이는 것,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얇고 편안하게 제작하는 것. 이러한 요소를 가장 기본으로 생각했어요. 이런 노력이 어떤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습니다."
- 대표님처럼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4050 예비 여성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늦은 나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회사에서 경험한 많은 일들이 저의 큰 자산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050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하기에는 절대 늦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또 2030보다 ‘나’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한 만큼, 사업이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도 더 잘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나오기 전에 먼저 시장에 대한 이해나 관심을 가지고 더 깊이 고민해볼 걸 하는 아쉬움은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창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그런 고민을 더 깊이 해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혹시 ‘나다움’을 찾기 위한 대표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직장에서 일하면서 계속해서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은 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주어진 이 일을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좋아하는 지, 이 방향이 맞는지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 나가는 노력은 항상 디폴트값으로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 나는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고, 새롭게 배우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만드는 일에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좋은 기회가 언제 올지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예측할 순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나에게 온다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러려면 내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미루지 않는 것이 저만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여성'이란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겠네요.
"네 맞아요. 남성 중심 구조에서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 경험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왜 회사에서는 임신과 출산이 번거로운 일처럼 여겨지는지, 이 모든 짐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지, 이러한 구조에 대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지금 당장 모든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꿀 순 없겠지만,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내가 조금이라도 해결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를 고민했어요. 그 시작이 ‘월경'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월경에 대해 당당했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4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회사에 생리 휴가가 있거든요. 근데 퇴사하는 날까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괜히 꾀병을 부리는 것 같다’, ‘이런 휴가를 쓴다는 게 민망하지 않느냐’, ‘차라리 아프면 연차를 써라.'라는 말을 오히려 여성 상사, 동료들한테 들었죠.
생리는 언제나 부끄러워하거나 감춰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생리대를 들킬까 봐 검은 봉지에 꽁꽁 싸거나, 꼬깃꼬깃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 모두 너무 부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이런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 피아의 ‘당당하게 꺼내자’ 의 메시지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거군요.
"프랑스 여성학자 엘리즈 티에보의 <이것은 나의 피>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나의 몸을 부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내 몸의 반응 조차도 쉽게 말할 수 없다면, 결코 나에 대해서 당당해질 수 없을 거예요. 더 이상 생리대용 파우치나 검은 봉지 안에 숨기지 않아도 되는, 기존의 하얗고 순수함을 강조하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당당한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디서나 자유롭게 꺼내놓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패키지 디자인을 기획했습니다. 커피믹스 외관과 비슷하죠. 물론 안전한 성분과 착용감은 당연히 기본이고요. 피아가 앞으로도 자유롭고 당당한 여성의 삶을 위해 '월경'이 주는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올해 스여일삶의 슬로건 ‘Better than yesterday’ 처럼 토투컴퍼니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토투컴퍼니의 제품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더 많은 여성에게도 알려져서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회사 책상 위에 생리대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고, 아프면 월경 휴가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여성들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피아 pia’가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에 맞춰 론칭을 했는데요, 매년 이 시기에 맞춰 이러한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어제 내가 잘해내지 못했어도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Better than yesterday’ 아닐까요? 더 많은 여성이 내가 행복하고 맞는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의 삶을 더욱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토투컴퍼니'의 마스코트인 거북이가 그려진 귀여운 후드티를 입은 남수미 대표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한 단단한 내공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설레는 눈빛을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객관식 인생을 살았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주관식으로 살고 싶다는 남수미 대표님의 말씀처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선택지가 아닌,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는 주도적인 여성이 되기를 라이프점프와 스여일삶이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스여일삶 이재림·이혜미 에디터
/ 편집=구아정 에디터 팀장
/스여일삶 이재림·이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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