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영화 ‘자산어보’ 변요한 “약전, 창대, 주민 모두가 벗이었다”

■오는 31일 영화 개봉 앞두고 인터뷰

‘어부 창대’ 역 맡아 설경구와 연기 호흡

"청년 창대가 좋은 어른 되길 바라며 연기"

이준익 감독 연기 극찬에 "많이 배워 감사"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조선 순조 1년 신유년에 일어난 천주교 박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 다산 정약용 집안도 박해 대상이었다. 정약용의 아우는 사형에 처해졌고, 정약용은 전남 강진으로, 그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 됐다. 망망대해에 갇힌 정약전은 ‘흑산(黑山’이라는 말이 어둡고 음침하다 여겨 ‘자산(玆山)’이라 불렀다. 그러면서도 학자의 자세를 잃지 않고 어류를 연구한 책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그런데 한양에서 책만 보던 학자가 해양 생물을 어찌 그리 세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했을까. 조력자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섬에 살던 어부 창대가 그를 도왔다. 정약전도 그의 도움이 컸음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책 서문에 이리 남겼다.



“자산 앞바다에 사는 어족들은 매우 풍부하지만 그 이름이 알려진 것은 희귀하여 박물학자들이 마땅히 살펴보아야 할 곳이다. 나는 어보를 만들어보려는 생각으로 섬사람들을 널리 만나보았다. 그러나 사람마다 말하는 바가 달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덕순 창대라는 사람을 만났다. 창대는 늘 집안에 틀어박혀 손님을 거절하면서까지 고서를 탐독했다. 집안이 가난하여 책이 얼마 없었기에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은 없지만 소견은 그리 넓지 못했다.

그러나 성격이 조용하고 정밀하여 풀 · 나무 · 물고기 · 새 따위를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질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의 말은 믿을 만했다. 나는 마침내 이 사람을 초대하여 함께 묵으면서 생선무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자산어보’라고 이름 붙였다.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이태호(이천시립박물관) 글 참고>”



정약전의 조력자, 어부 창대를 배우 변요한이 오는 31일 개봉하는 흑백 영화 ‘자산어보’에서 연기했다. 정약전 역을 맡은 선배 설경구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영화에서 창대는 단순 조력자가 아니라 당대 민중의 불행과 분노, 도전과 좌절 등까지 상징하는 복합적 인물이다. 이준익 감독이 역사 위인인 정약전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그리는 대신 영화적 상상력은 창대에게 최대치로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요한은 인터뷰에서 촬영 현장에서 모든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이끈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이정은 등 선배들과 함께 한 신간 동안 스스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전했다.

변요한은 “창대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자산서보 서문에 몇 마디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감독님이 창대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가미해서 정약전이라는 큰 인물 옆에 나열해주셨다. 창대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대는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흑산도라는 한계가 뚜렷한 공간에서 배움을 청할 스승도, 마음을 나눌 벗도 없이 살아가는 청년이다. 아버지란 사람은 뭍에서 살지만 보지 못한 지 여러 해다. 그런 창대 앞에 정약전이라는 대학자가 나타나지만 성리학을 학문의 꽃으로 여기던 창대에게 서학을 가까이 해 대역 죄인이 된 정약전은 가까이 해선 안될 사람이다.

변요한은 “10대, 20대, 30대 세월이 흘러가는 연기를 해야 했다”며 “마지막에 창대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떤 표정을 짓고, (정약전처럼) 흑산이 아니라 자산이란 말을 할 수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변요한은 “창대가 좋은 어른이 되길 원했고, 창대의 가치관과 생각이 확장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여운이 굉장히 컸다고 전했다. 변요한은 “이 영화의 여운은 뜨거움”이라며 “정약전과 창대도 뜨겁고, 주민들도 뜨겁다. 뜨거움과 사랑, 그런 것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정약전과 창대만 서로 벗이 되는 게 아니라 정약전 곁의 모든 주민이 벗임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부연했다.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연기 극찬을 들은 데 대해서는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변요한은 “배우로서 그만한 칭찬이 없는 것 같다. 제일 기쁜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의 생각에 따라 영화 내내 상상하고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제가 배웠기 때문에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설경구에 대해서는 “현장에 오기 전 배우의 마음가짐, 준비 된 배우 내면에서 나오는 여유, 그 여유에서 나오는 후배를 바라보는 눈빛 등 많은 걸 배웠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변요한은 “영화를 찍으며 오랜 만에 하늘을 봤다”며 “큰 여운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장면을 여러 번 볼 수 있었고, 깊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을 만나 영광이었다”고 영화 팬들에게 영화를 추천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