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부동산 망국 피하려면

한기석 논설위원

LH직원 재산등록으론 투기 못잡아

예방 중점 이해충돌방지법 만들고

민간에 공급 위임, 취득·보유세 완화

“부동산 잡겠다” 대통령 약속 지켜야





“한 달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개발 계획이 전국의 땅값과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으면 정부는 이를 잡겠다며 연일 투기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게 요즘 풍속도다. 쉽게 말해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은 뒤 세금으로 그것을 다시 때려잡겠다고 호통치는 형국이다.”

마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부동산 문제를 짚은 것 같다. 실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서울경제신문(2005년 5월 16일자) 기사다. 역사는 반복된다. 문 대통령만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도 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집값은 뛰었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전에 그 일대 땅값은 올랐다. 정부는 그때마다 투기 근절과 발본색원을 외쳤지만 실패했다.

요즘 정부와 여당에서 흘러나오는 투기 대책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미덥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애초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뭐하러 합쳤나. 토공과 주공의 통합론이 거론된 것은 5공화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유는 지금과 같은 투기다. 어떨 때는 투기 탓에 통합하고 어떨 때는 투기 탓에 분리한다고 하니 믿음이 생길 수가 없다. 가칭 주택청을 신설하자는 얘기 역시 단골 메뉴다. 공무원들도 지금쯤이면 옛날 선배들이 긁적거린 대책 초안을 뒤적이고 실제 시행한 정책의 장단점도 파악했을 것이다. 결론은 뭘 하든 효과가 없다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어느덧 LH 분리나 주택청 얘기는 들어가고 LH 윤리 경영 강화와 전 직원 재산 등록 정도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태산명동서일필이다.

그래도 나랏일을 맡았으면 부동산 망국만큼은 피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얻은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값이 오르기 전에 땅을 사들이고 이익을 챙기는 것은 나쁜 짓이다. 이런 행위는 현행법으로도 처벌 가능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당장 광명·시흥신도시 같은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였기 때문에 업무상 얻은 비밀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행위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 국회가 힘을 내야 할 부분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도 다시 만드는 게 좋겠다. 일반 국민이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사는 것은 투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소유자를 투기꾼으로 여긴 데 있다. 물론 부동산이 보통의 재화와는 달리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러잖아도 국토가 좁은데 그나마 절반이 넘는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다. 문 정부가 25번째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83만 6,000가구에서 보듯 공급 규모에서는 합격점을 줘도 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개발의 주도권을 공공이 갖는 관제 공급이다. 이 방법은 재개발·재건축 대상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놓든 민간에 공급 주도권을 넘기지 않는다면 효과는 없을 것이다.

취득세와 보유세는 대폭 낮춰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고율의 보유세라면 사실상 국가가 집을 빼앗아가는 셈이다. 미실현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특히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은 지나쳐 국민이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살 권리를 박탈하는 수준이다. 취득세 부담도 낮춰야 거래가 살아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거일 것이다. 선거에 이기려고 대책을 급조해서는 안 된다. 이해충돌방지법만 해도 선거 전에 보여주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래서는 투기와의 전쟁은 보나 마나 필패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말했다. 국민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지 바라보고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