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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자료 2만원에 팔아요”…'n번방 그림자' 여전히 짙었다

■‘박사방’ 악마, 실체 드러난 지 1년 지났지만...

디스코드서 1분 만에 n번방 자료 판매채널 접속

문화상품권·비트코인 등 비실명 수단 거래 활발

法 강화에도 n번방 가해자 93%, 벌금·집행유예

‘단순소지·유포는 실형 선고 안돼’ 그릇된 인식

“새로운 유형 범죄에 대한 당국 기준 정립해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이 지난해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오승현기자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까지 포함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지난해 3월 25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처음 ‘악마’의 얼굴이 공개된 지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간 주범 조 씨를 비롯한 공범들에 대한 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숨죽인 피해자들은 아직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성 착취물 유포·소지자들에게는 여전히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제2의 n번방’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24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음성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클릭 몇 번만으로 ‘n번방’ 성 착취물을 판매하는 채널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1분도 채 안 돼 접속한 해당 사이트에는 ‘고급 n번방 자료를 2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부터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학생 모음 자료를 1만 원에 팝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해당 채널에는 300여 명이 참여 중이었다. 이들은 손쉽게 새로운 채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수사 당국의 단속을 피해가며 성 착취물을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성인 인증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문화상품권과 비트코인 등 실명 계좌가 필요하지 않는 거래 방법으로 판매 대금을 받아 챙겼다.





‘박사방’과 ‘n번방’ 운영진이 모두 검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불법 성 착취물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적극 가담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성 착취물을 거래할 경우 수사 기관의 감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설령 붙잡히더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는 믿음에 범죄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 착취 범죄는 반드시 검거되고 강하게 처벌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범죄 예방 효과도 생기는데 체감상 아직 판결의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성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한 채널. n번방 자료를 비롯한 불법 성 착취물들이 버젓이 유통하고 있다./사진=디스코드 캡쳐


실제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n번방과 관련된 310건의 판결 중 벌금형이 159건(51.3%)으로 가장 많았으며 집행유예가 131건(42.3%)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15건에 불과했다. 국회가 지난해 5월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불법 촬영물을 소지·시청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했지만 아직 법원 판결은 괴리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조은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단순 유포나 소지도 범죄라는 인식이 미미하다”며 “이러한 인식이 법원 판결로 반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바라보는 사법·수사 당국의 인식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가해자가 온라인상에서 ‘오늘 검정 색 옷을 입고 왔네’라고 건네는 말 자체가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법정에서 협박으로 입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 피해에 대한 사법·수사 기관의 기준을 정립하는 게 ‘n번방 사건’의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도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집중 단속뿐 아니라 적극적 인지·기획 수사를 통해 불법 유통 구조를 발본색원하는 방식의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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