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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밟고 불법주차 슥…여전히 위태로운 '스쿨존' 등하굣길

[스쿨존 안전 강화하는 ‘민식이법’ 시행 1년]

학교 앞 어린이 교통사고 32% 감소했지만

운전자 시야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는 여전

시속 40㎞로 달릴 수 있는 스쿨존도 219곳

“과속방지턱 설치·단속카메라 가동 늘려야”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차량 진입금지를 알리는 설치물이 놓여있다./김태영기자




24일 오전 8시 40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후문. 학생들의 등교가 한창인 이 시간 후문 앞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일 오전 8~9시 학교 인근 도로의 차량 진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분이 지나고 학생들의 교통지도를 맡았던 학부모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자 도로 위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허용 속도인 시속 30㎞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부터 5분 넘게 주정차하는 차량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자녀의 등굣길에 동행했던 학부모 조모(44)씨는 “여전히 학교 앞인데도 속도를 높이는 차들이 많다”며 “불법주차된 트럭 뒤에서 신발 끈을 묶다가 갑자기 후진해 다친 아이도 봤다”고 분노했다.

스쿨존 내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민식이법’이 25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학교 앞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달라진 법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는 줄었지만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나 과속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학교 앞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또 다른 ‘민식이’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과속방지턱 설치나 단속카메라 확대와 같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정차한 차량으로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태영기자


◆스쿨존 사고 줄었지만…시야 가리는 ‘불법 주정차’는 여전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총 267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392건)과 비교해 31.9% 감소했다.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도 같은 기간 6건에서 3건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지난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등교일수가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민식이법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4곳을 돌며 만난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다. 서초구 주민 박모(46)씨는 “학교 앞 골목에 주차된 차들 뒤로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하다”며 “어린 아이들은 주변을 잘 살피지 않는 만큼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중요한데 아직도 스쿨존 내에 주차하는 이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민신고 대상으로 지정된 지난해 6월 28일 이후 이날까지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신고는 6만 6,155건에 달한다.

2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각종 표지판이 붙어있다. /김태영기자




◆시속 50㎞로 달리는 스쿨존…단속카메라 절반은 ‘개점휴업’

학교 앞을 지나는 차량의 주행속도를 낮춰줄 규정이나 장비도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에 따르면 차량 속도가 시속 50㎞에서 30㎞로 느려지면 교통사고 발생 시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확률이 72%에서 15%까지 낮아진다. 이에 대부분의 스쿨존은 최대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아직 시속 40~50㎞로 달릴 수 있는 스쿨존도 전국적으로 219곳(1.3%)에 달하는 실정이다. 최근 인천에서 불법유턴을 하던 화물차가 초등학생을 치여 숨지게 한 사건도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스쿨존에서 발생했다.

과속차량을 잡아낼 단속 카메라도 설치는 늘었지만 실제 운용률은 턱없이 낮다. 서울시 스쿨존의 경우 570대의 과속 단속카메라가 설치됐지만 운용률은 56.8%(324대)에 불과하다. 단속카메라는 운용 전 도로교통공단의 성능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민식이법 시행으로 신규 설치가 급증하면서 기존 공단 인력으로는 인증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규 카메라 외에도 기존에 설치된 카메라들도 1년마다 점검을 해야 하는 만큼 실제 인증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차량 한 대가 불법 주차돼있다. /김태영기자


◆“과속방지턱 설치·도로 폭 축소로 사고 위험 막아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언한 ‘2022년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 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민식이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모든 스쿨존 내 최고속도를 시속 30㎞로 맞추고, 과속방지턱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차도 폭을 줄여서라도 불법 주정차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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