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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 다문궐태(多聞闕殆)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무분별한 백신 의혹 곳곳서 쏟아져

코로나 사태 극복하는데 도움 안돼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것은 거르는

공자의 '다문궐의' 자세 되새겨야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일상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접종이 진행되면서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집단 면역의 가능성을 입에 올리게 됐다. 하지만 국내외 백신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 제기와 불안감 조성이 새삼스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백신 접종이 늦어져 집단 면역 형성이 지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생기고 있다.

백신 접종의 시작이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이지만 부작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발열과 같은 가벼운 부작용에서부터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과 혈전 발생 사례가 알려지자 백신에 대한 불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몇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백신 안전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또는 “특정 백신의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합리적인 의심에 해당할까, 아니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부추긴다고 해야 할까.

사실 특정 전염병에 대한 안전한 백신 개발은 10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린다. 또 그렇게 개발돼도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10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겨울철에 독감 주사를 맞지만 실제로 유행하는 독감과 일치할 때 효험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독감에 걸리는 사례에서 이미 경험하는 바이다. 어떠한 백신도 부작용이 0%이고 효험이 100%인 경우는 없다.



코로나19 백신은 전염병이 발병하고 1년을 전후로 개발됐으므로 처음부터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이례적으로 개발 시간이 적고 임상 사례가 부족해 다른 전염병 백신만큼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평균을 웃돌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과관계가 밝혀진 심각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백신 접종 이후에 사망 사례와 혈전 등의 부작용이 알려지자 인과성에 대한 면밀한 확인 작업을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웅변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 사례에 대한 접근은 인과성(논리성)에 따르는 엄격한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한다. 특정한 방식의 의혹 제기나 공공의 보도는 그로 인한 사회적 효과라는 두 가지 측면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발언하려면 먼저 언어가 기본적으로 객관적 사실에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반영론과 다음으로 언어가 발화되면 발화자의 의도와 달리 수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는 화용론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영론을 어기면 발화자가 사실과 진실이 아니라 허위와 가짜를 말하게 되고 화용론을 어기면 발화자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다른 사태의 전개에 책임지지 않을 수가 없다.

공자는 일찍이 후천적으로 끊임없이 배워야 무지의 오류를 줄이며, 언행일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의심이 들거나 위태로운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 때 언행의 유보를 주장했다. “여러 가지 소리를 들어보고서 그중에 의심이 가는 것은 옆에 제쳐두고 나머지를 신중하게 말하면 잘못을 덜 하리라. 여러 가지 소리를 들어보고서 그중에 위태로운 일이 될 만한 것은 옆에 제쳐두고 나머지를 신중하게 실행하면 뉘우칠 일을 덜 하리라(다문궐의·多聞闕疑, 신언기여·愼言其餘, 즉과우·則寡尤. 다문궐태·多聞闕殆, 신행기여·愼行其餘, 즉과회·則寡悔).”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 합리적인 의심은 종식의 시기를 조금이라도 당기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주장은 종식의 시기를 더 늦출 수 있다. 지금 코로나19의 종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하려면 다문궐의와 다문궐태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 극복의 역사를 방해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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