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이른바 ‘천안함 좌초설’ 옹호론자의 민원을 받아 진상 재조사에 나서는 과정에서 해당 결정사항을 국방부의 엉뚱한 부서로 잘못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중앙전공심사조사단으로 보내야 할 사항을 일반 민원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보내 혼선을 더욱 키운 것이다.
진상위가 재조사 진정 민원을 접수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민원인은 옛 민주당 추천으로 2010년 당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신상철씨였다. 그는 조사단에 한 차례만 참석한 뒤 참석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후 조사단이 발표한 ‘북한의 천안함 폭침’ 내용을 부정하고 정부가 원인을 조작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천안함이 좌초하는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이른바 천안함 좌초설을 유포했다.
진상위는 그런 신씨가 진정인으로서 제대로 자격을 갖췄는지 지난해 민원 접수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 단순히 과거 조사단 조사위원이었다는 점만으로 진정인 자격이 있다고 봤다. 그 결과 진상위는 지난해 12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절차적 문제는 그 다음에도 벌어졌다. 진상위가 지난해 12월 조사 개시 결정문을 국방부에 전달하면서 엉뚱한 부서로 보낸 것이다. 원래 조사 개시 결정문을 전달 받았어야 하는 국방부내 부서는 중앙전공심사조사단이다. 그런데 진상위는 전공심사조사단이 아닌 조사본부 산하 전사망민원조사단으로 결정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사망민원조사단은 일반적인 민원을 접수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진상위로부터 받은 결정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세부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전사망민원조사단은 해당 결정문을 소관 부서인 전공심사조사단 으로 이첩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방부 수뇌부는 진상위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개시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최근 해당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상위도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간과하다가 천안함 사건 희생장병 유족 등의 항의가 거세지자 2일 긴급회의를 열어 뒤늦게 재조사 결정을 사실상 번복하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대변인실은 2일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전사망민원조사단 실무부서에서는 (진상위의 결정문에 대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위임전결 처리했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결정문이) 보고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한 것으로 판단'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국방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라 천안함 희생장병을 ‘전사자’로 구분한 결정에 대해서는 변함없다는 게 국방부의 해명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관련자 문책 및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상위가 지난해 조사 개시 결정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진상위가 대통령 직속기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보고 받은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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