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불붙은 배터리 '타입' 경쟁...車업체와 합작투자로 위험 분산을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 배터리 <2> 완성차 업계의 변심

폭스바겐 '각형'·테슬라 '원통형'

GM '파우치형' 등 단일노선 강화

가격경쟁 유도·공급안정성 노려

K배터리·車업체 간 결속 다지고

기술 차별화 통해 협상력 제고해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3개 타입(파우치형·각형·원통형)을 놓고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테슬라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까지 3개 중 2개 타입을 비슷한 비율로 함께 공급받는 전략을 택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력 타입 하나를 정해놓고 해당 타입 내에서 복수 업체를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기회인 동시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시장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탑재량 기준으로 3개 타입 중 각형 비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파우치형이 27.8%, 원통형이 23%로 뒤를 이었다. 2년 전인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각형 비중은 56.6%에 달했고 원통형 29%, 파우치형 14.4% 순이었다. 각형 배터리 채택 비중이 큰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점유율이 커졌고 이후 파우치형 진영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 탑재량을 늘리면서 파우치형 비율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이들 3개 타입 구도에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량 주문 체제로 들어가고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전용 배터리 플랫폼을 마련하면서 특정 타입 선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한 가지 타입의 규격화된 배터리를 다수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가격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3사에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배터리 타입을 놓고 ‘각형 80%, 기타 20%’ 사용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오는 2030년부터 각형 배터리로 80%를 쓰고 나머지 20%는 원통·파우치형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각형 노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각형 진영인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중국 최대 업체 CATL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졸지에 파우치형이 주력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주요 고객사의 잠재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 공장 추가 건설을 추진하는 등 파우치형 노선을 타고 이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BMW는 현재는 각형 중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통형을 기반으로 전기차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혁신의 대명사인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하는 것처럼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단일 타입’으로 전략을 바꾸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특허를 무상 개방한 것도 결국 원통형 배터리 사용 진영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타입 진영을 확대해 여러 업체들에 가격 경쟁을 붙여 원가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루시드모터스 등 미국의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테슬라와 같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수요를 고려해 미국 현지에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을 만들고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을 생산한다. LG와 삼성은 두 가지 타입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지만 단일 타입만 생산이 가능한 SK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복수의 타입을 함께 공급받던 데서 특정 타입을 정해놓고 대량 물량을 공급받는다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선택되느냐 배제되느냐에 따라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다”면서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간 합작투자(JV) 등 짝짓기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이 한 자릿수대에 그치는 만큼 시장 성장성이 무궁무진해 배터리 업체가 특정 타입에 대한 차별화된 기술력만 확보하고 있다면 기회가 더 크다는 시각도 많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