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서영경·주상영 금융통화위원들이 한국은행 금통위에 합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지 여전히 성향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주목하고 있지만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은 등에 따르면 조윤제·서영경·주상영 금통위원들은 오는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8월 21일 임기를 시작한 이승헌 부총재도 당연직 금통위원을 맡은 지 8개월이 지났다. 현 금통위는 지난해 4월 구성된 후 열린 일곱 차례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모두 만장일치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쭉 동결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만장일치 결정이 계속되면서 새롭게 합류한 금통위원들의 정책 성향을 가늠할 수 없다. 최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이 매파적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누군지 알 수 없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서는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통화정책이 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혼선은 없다”며 “다만 금통위원을 여럿 임명하는 이유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인데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편하기는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래도 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금통위원 간담회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지 않으면서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금통위원 개별 강연도 중단됐다. 총재 브리핑 등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도 유독 금통위원 강연만 멈춤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간 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폭등 등 각종 현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성과 시장과의 소통 두 가지인데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며 “금통위원들이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만큼 시장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구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날 경우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전에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준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신호를 잘 주지 않고 내부에서만 결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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