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광화문글판이 논문에서 다뤄지며 학술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영림 동국대 불교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에 발표한 논문 ‘외상 후 성장 관점에서 본 광화문글판과 보왕삼매론의 상담적 함의’를 통해 광화문글판을 ‘역경을 통한 성장’의 측면에서 조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각자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광화문글판을 받아들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광화문글판 글귀를 통해 현대인들이 어떻게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지가 투영된다고 분석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구는 어려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긍정적인 심리의 변화를 반영하며,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에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향을 보여준다고 봤다. 또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라는 시구에 감동한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심리가 투사된다고 분석했다. 이영림 교수는 “광화문글판은 30년 동안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지며 도심 속에서 시적 언어로 시민들에게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공감적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해왔다”며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지난 1991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랫말로 광화문글판이 채워진 코로나19 극복 이벤트가 진행돼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논문만이 아니라 광화문글판의 문화적·학술적 가치는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2010년에도 중앙대 이명천 교수팀이 ‘옥외광고학연구’ 가을호에 광화문글판을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공익적 주제의 옥외 광고로 문학 콘텐츠를 메시지로 활용한 것’을 광화문글판의 차별화된 특징으로 꼽으며 수십 년간 지속해온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실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과거 칼럼을 통해 광화문글판을 소개하며 “그림과 시로 된 멋진 느낌을 주는 커다란 글판을 걸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일본에도 이런 유머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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