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되는 듯했던 부동산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기대감 등으로 다시 들썩이며 혼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 지표인 ‘매매수급지수’에서 국가 공인 통계와 민간 통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가 공인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 ‘사자’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반면 민간 통계인 KB통계는 전국적으로 주택을 팔려는 심리가 더 우세하다고 판단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수급지수 간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10일 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109.4로 집계됐다. 기준점인 100을 훌쩍 넘긴 만큼 시장에 매수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봐도 ‘사자’ 흐름이 뚜렷했다. 전국 시도 중 울산(97.2)·경남(96.5)·제주(79.3)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보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민간 통계 중 하나인 KB통계는 시장을 부동산원과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KB가 발표한 4월 전국의 매수우위지수(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에 해당)는 84로 나타났다. 또 인천(115.8)과 충북(112.4)·제주(124)를 뺀 모든 지역에서 ‘사자’ 심리보다 ‘팔자’ 심리가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원의 서울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8.7인 반면 KB통계의 매수우위지수는 80.3에 불과했다. 두 기관의 통계가 더 극명하게 벌어진 경우도 다수 포착됐다. 세종이 대표적이다. 부동산원의 세종 매매수급지수는 108.8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나타났다. 하지만 KB통계에서는 해당 지수가 39.3에 불과했다. 이는 기준점인 100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현저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도 부동산원(101.6)과 KB(50.1)에서 발표한 수치가 극과 극이었다.
두 통계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매매수급지수(매수우위지수)가 ‘심리’를 지수화한 통계이기 때문이다. 매매수급지수의 표본 주택은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가격 통계와 동일하다. 월간 통계 기준 2만 8,360호, 주간 통계를 기준으로는 아파트 9,400호가 표본이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는 인정하지만 이처럼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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