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와중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마구치 가오리(山口香·57) JOC 이사는 12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최를 밀어붙이는 의의나 가치를 국민에게 전달해 감동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부(負·마이너스)의 유산'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재앙에 인내를 강요받으면서 협력하고 1년 이상 버텨왔다. 한편 정부는 올림픽만은 예외라며 개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며 정부의 이중적인 기준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논평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테스트 이벤트를 위해 만전의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이를 보며 '다른 행사는 뭐가 다르냐'고 생각하게 된다는 사례를 들었다. 제약사가 별도 제공한 백신을 선수단이 먼저 접종하는 구상에 관해서는 "의료 종사자나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스태프조차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선수는 올림픽을 위해 새치기하게 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목숨을 지키는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은 윤리상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수단 등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이면 의료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의료에 영향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개최하는 의의나 가치를 정부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설명하지 않았다. 나 자신은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결과적으로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면 선수나 올림픽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올림픽 후의 스포츠를 생각할 때 개최가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업주의나 비대화라는 올림픽의 과제가 그간 얇은 커튼 뒤로 보였으나 '세계적인 축제니까'라며 허용해 왔다"면서 "코로나19 재앙이 겹치면서 커튼 뒤의 더러운 곳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거대해진 올림픽은 이익까지 얽혀 누가 책임 주체인지 모르고 방향 전환도 판단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1984년 일본 여자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유도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52㎏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그는 2011년부터 JOC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 3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려던 당시 IOC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대회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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