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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건설·상사…회사이름서 '업종'이 사라진다

[상호변경 코스피社 올 25곳 최다]

기아차→기아·대동공업→대동 등

ESG경영·사업다각화 등 띄우고

건설·상사 등 고정이미지도 탈피

"급변하는 융복합 환경 속 생존 방식"





사명에서 업종을 떼어내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전통 업종에 속하는 회사일수록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구조도 바꾸고 이름도 변경하고 있다. 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조되는 흐름에 맞춰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개명을 통해 알리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12일 서울경제가 지난 1991년 이후 금융감독원 공시를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이달까지 상호를 변경한 코스피 기업은 25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호를 변경한 코스피 기업 수는 17곳이었으며 △2019년 12곳 △ 2018년 20곳 △2017년 8곳 등이었다. 코스닥 기업도 올해 1분기 상호를 변경한 기업이 43곳으로 10년 만에 최다를 나타냈다.

환경, 사회 환원 등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나 트렌드가 변하면서 이에 발맞춰 기업명을 바꾸는 기업들이 늘었다. SK건설은 오는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꿀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건설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ESG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SK건설은 지난해부터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인수, 재활용 기술 개발 등 친환경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쌍용C&E(003410)(옛 쌍용양회)도 3월 종합 환경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사명을 변경했다. 이 역시 ‘양회’라는 이름이 시대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C&E는 업계 최초로 ‘탈석탄 경영’을 선언하며 ‘시멘트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2025년까지 환경 사업 비중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5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경영 환경에서 사업 다각화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해 고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상호를 바꾸는 기업도 늘어났다. 상호에서 ‘차’를 지운 기아(000270)(옛 기아차)가 대표적이다. 기아는 “제조업 중심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SK텔레콤(017670)도 ‘탈통신’을 선언하며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어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개명을 추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은 통신 회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CJ ENM(035760) 오쇼핑도 TV·인터넷·T커머스 부문을 통합해 25년 만에 ‘CJ온스타일’로 개명했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한다는 쇼핑의 개념에서 벗어나 합리적 취향 소비를 통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간판을 바꿔 다는 기업들도 있다. 4월 LG상사(001120)는 사명에서 ‘상사’를 떼어내고 상호를 ‘LX인터내셔널’로 변경하는 내용의 가등기를 새로 제출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중개업’ ‘소프트웨어·플랫폼·모바일애플리케이션 개발·운영·판매업’ 등의 사업 목적이 새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6월 주총에서 ‘LX글로벌’과 ‘LX인터내셔널’ 중 사명이 결정될 예정이다. 대동(000490)(옛 대동공업)도 3월 전통 제조업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상호에서 ‘공업’을 떼어냈다. 대동은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팜 등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며 단순 기계 제조 업체가 아닌 미래 농업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개명 열풍을 신사업 등장, 업종 융복합 등 급변하는 경영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연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력 업종이 기업을 잘 먹여 살려왔다면 이제는 단일 업종에 국한돼서는 미래가 불안한 것”이라며 “새로운 먹거리를 끊임없이 개척해야 하는 상황인데 기존 사명은 소비자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개명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명 변경과 함께 기업 구조 개선 및 사업 확장에 따른 유의미한 결과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사명이 아닌 핵심 사업 및 기술”이라며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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